---쟁점리뷰-농동의 소외
노동은 본래 인간의 삶을 생산 또는 재생산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도 절대적인 조건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삶을 향상시키는 데에 필요한 인간의 능력을 길러 주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은 단순히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생계 수단으로 전락한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들은 노동을 통해 창조성을 발휘하거나 자아 실현의 기쁨을 맛보기보다는, 지루함만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된다. 하고 싶어하는 일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하는 노동이기 때문에, 이 때의 노동은 고행(苦行)의 노동이며 강요된 노동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컨베이어시스템으로 대표되는 반복적인 노동의 강제적인 강화는 이러한 문제점을 더욱 심화시킨다. 아주 상세한 작업 지시서는, 모든 노동자들이 창의적인 노동을 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이러한 작업 지시서가 완수될 때까지는 쉴 수도 없다. 자신의 노력을 최대한 투입하여야만 완수될 수 있는 그런 작업량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육체 노동자들뿐만이 아니라 정신 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된다. 사무직 노동자들은 자신 고유의 작업 리듬을 잃어버리고 경영자들의 통제하에 들어갔으며, 작업량도 통제당해 이제는 자율적인 작업 리듬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조차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것은 또한 노동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 통제는 구체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일할 양을 정확하게 지시하고, 노동하는 과정을 감시하며 노동의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다시 노동의 유인(誘因)과 처벌로 이어지게 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개인에게 작업을 지시하는 과정은 노동자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특히 자동차나 전자조립 분야 같은 일관 조립 체계에서는, 1초 단위의 동작까지도 경영진의 지시에 의해 규정된다. 이럴 경우, 노동자들은 생리적인 욕구도 생체의 리듬에 따라 움직이지 못하고 일정한 시간 내에 처리해야 한다. 즉, 과거에는 자신들이 소변이 마려우면 화장실에 자율적으로 갈 수 있었으나, 이제는 휴식 시간을 정해 일제히 작업을 중단하고 화장실에 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또는 일관 작업에서 한 사람의 작업자가 작업을 지체하면 그 사람의 작업 공정에 빨간 불이 깜빡이게 되고, 시간을 더 지체하면 경보음이 울리는 등의 체제로 바뀌게 되었다. 이러한 노동의 형태는 노동자들을 육체 피로와 죽음으로 이끌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사용되는 '과로사(過勞死)'라는 말은 그러한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로사는 노동 과정에서 육체적으로 완전히 마모(磨耗)되어 사망하는 현상이다. 그뿐만 아니라 단순 반복되는 작업에서 해방될 수 없다는 데에서 비롯되는 절망감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작업 시간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에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법률이 정한 주당 노동시간이 현실적으로는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노동의 소외가, 인간다운 삶의 실현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위해서 행해지는 노동이, 역으로 삶을 비인간화하는 현상을 발생시키게 된 것이다. 노동의 소외는 이처럼 노동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광범위하게 볼 때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해결되지 않고 있는 노동 문제들, 예컨대 일용직 노동자나 여성·미성년 노동자들이 아직도 겪고 있는 부당한 저임금의 횡포,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단체 행동권의 제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산업 재해와 직업병 등의 문제 역시 노동의 소외를 심화시키는 현상들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노동 문제를 사회 전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취약하다. 우리가 인간 사회를 하나의 공동체로 인정하는 이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노동의 소외 문제를 외면하거나 전적으로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 원리에 내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 자유 경쟁에만 맡겼을 경우, 경제적 약자들이 필연적으로 겪게 될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어떤 사회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 경제적 약자에게도 생존의 권리와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그러한 경제적 약자의 인간다운 삶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고 확보해 주어야 하는 책임이, 사회에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최저 임금 제도, 작업 환경의 개선 등을 규정하는 근로기준법은 대부분의 국가가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기본적인 장치이다. 노동 3권의 보장을 주목적으로 삼는 노동조합법의 경우는, 노동자들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보다는 노동자들 자신이 결합함으로써 사용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제도이지만, 그 입법의 기본 정신 역시 경제적 약자의 보호에 있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은 노동 소외의 심각성을 완화시키고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가장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제도적 장치들이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노동의 소외는 피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처럼 노동을 소외시키는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며 생산된 부를 공평하게 재분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강화해 나간다면, 문제의 해결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57차문제 최우수작
지난 2000년 6월13일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의 관계가 달라지게 되었다.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 역사적 사건을 발판으로 남북한은 상호 신뢰와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 그리고 현재 빈곤 상태에 처해 있는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해서, 그리고 통일을 위해서, 우리 개개인은 어떤 정신과 자세가 필요하고, 민간집단은 무슨 일을 해야 하며,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보다 전향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인식 전환을 통한 서로의 문화교류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TV를 통해서 비춰지는 북한의 문화는 생소하게 다가온다. 북한의 문화에 거부감이 생기지 않으려면 남북의 이질성이 극대화되기 전에 서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고칠 것은 고치면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해 가야 한다. 북한을 우리와 같은 동포로 여기고, 북한의 문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 전환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 전환은 서로간의 문화교류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때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문화를 수용한다는 것보다 서로간의 교류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남북의 문화교류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우리 청소년들도 북한에 있는 학교와 자매 결연을 맺어 서신의 교환을 하면 조금 더 빠른 인식의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남북관계의 자주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번 정상회담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남북 당국자간의 대화방식을 확고하게 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다는데 있다. 우리 민족의 분단은 우리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우리의 독자적 역량이 부족하여 초래된 것이다. 외세의 간섭을 역사적으로 체험하고 있는 우리 남북에게 주변 4강의 영향력은 엄연한 사실이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통일은 외세의 영향이 없이 민족 내부의 결속력으로 성취해야 할 과제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자주적인 협력을 위해 우리 남한 지역의 국력이 신장할 수 있어야 하고 청소년들은 통일에 대한 자각과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빠른 통일을 이루기 위해 너무 서둘러 실천문제를 다루어서는 안되겠다. 쉬운 것부터 풀어가되 근본문제에 접근해야 하겠다.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이룩한 독일의 경우도 경제적으로 서독이 동독을 계속적으로 지원한 후에야 통일을 했다. 경제적인 대책 없이 서두르면 우리나라는 또 한번의 IMF를 겪을 것이다. 요즘 북한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 사료 보내기, 쌀 보내기 그리고 지금 추진 중에 있는 손수레 보내기 운동과 같이 계속적인 지원이 있어야 하겠다. 그러나 50년이란 긴 세월을 떨어져 있던 이산가족들은 하루 빨리 또 한번의 상봉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남북 통일 후 생길 여러 문제를 전문가들이 분석하여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통일 후에는 이념의 문제로 갈등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식 전환, 자주 협력, 근본 문제의 해결은 통일의 필요조건이다. 그 위에 서로의 양보와 이해하려는 자세를 더한다면 한민족은 '세계 평화의 조성자'로 등장할 것이며, 한반도는 '분쟁의 화약고'로부터 '평화 운동의 터전'으로 자리바꿈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 의 범(jungwoosung00@hanmail.net)
---57차문제 총평
이번 문제는 최근 남북 관계의 급진전에 대한 기대와 우려에 관한 것을 쓰는 것이었다. 이는 현재의 남북 관계에 대한 인식을 다룬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인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다룰 때에는 기대에 관한 것을 쓰든 우려에 관한 것을 쓰든 아니면 제 3의 절충론을 쓰든 학생 자신의 가치관이 분명하면 좋다. 논술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도록 써야 하므로 자신의 주장에 대한 분명한 논거를 쓸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주장을 해도 논거가 충분하지 못하면 좋은 논술이 될 수 없다. 논술은 자신의 주장을 논리 정연하게 주장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이번 논술에서는 최의범 학생의 글을 최우수작으로 뽑았다. 학생의 글은 문제 의도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주장에 대한 논거도 적절하게 잘 들었다. 문장력도 좋고 표현 능력도 좋다. 좀더 욕심을 낸다면 결론을 더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 결론을 안이하게 쓴 것이 다소 흠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의 결론은 남북 관계의 새로운 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전망을 썼다. 이는 본론에서 논의한 것을 토대로 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세계에 관한 것이다. 본론에서 논의된 것이 아니므로 좀더 구체적으로 차분하게 썼으면 더욱 돋보이는 논술이 되었을 것이다.
---59차문제
문제 : 최근 독신 여성이 많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주로 결혼보다 자신의 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그 근거를 밝혀 논술하라.
통신회사에서 일하는 정모 대리는 나이 30이지만 결혼할 생각은 않고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그녀는 자신의 일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기면서 산다. 퇴근 후와 주말이면 승마, 수상 스키, 윈드서핑, 음악 동호회, 댄스스포츠 동호회 활동 등 10여 가지를 즐긴다. 세탁기 토스트 등이 갖추어진 원룸주택에서 독신자용 인터넷 슈퍼마켓을 클릭, 식사와 생필품을 해결한다. 결혼생각은 아직은 별로다.
외국계 정보통신회사에 다니는 30세의 전모씨도 마찬가지이다. 직장 근처 원룸에 살면서 수입의 70% 이상을 여가와 쇼핑에 쓴다. "저축이요? 노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만 합니다. 결혼이나 아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꼭 내가 낳아 키울 필요는 없잖아요. 나중에 입양할 수도 있고요"
새로운 독신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름하여 '신독신족'. 결혼을 못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던 이전의 독신자들과는 달리 탄탄한 경제력과 디지털 활용능력을 갖추고 자신들만의 독신 문화를 만끽한다.
이들의 소비성향을 간파한 사업자들이 독신자 전용 원룸 아파트와 인터넷 쇼핑몰을 속속 만들어 내는 등 '신독신자족' 특수가 일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이들의 경제 수준과 세련된 취향에 맞춘 고급원룸 아파트 건설이 붐이다. 이들 고급 아파트들이 고가에도 불구하고 일주일만에 다 팔렸다. 이 업체 관계자는 "고소득 독신자들의 취향에 맞춰 흰색 바탕의 내부마감을 하는 등 신경을 썼다"며 "경제력 있는 독신자나 이들에게 세를 놓으려는 임대업자가 계약자의 80% 이상"이라고 말했다.
독신자 인터넷사이트 솔로베이가 최근 회원들을 대상으로 독신 이유를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2%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신독신족'이 화려한 장밋빛 나날만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독신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함인희 교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독신이 새로운 생활 양식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며 "삶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나 보이지 않는 편견이 많고 모든 제도가 기혼자 위주인 한국 사회에서 독신족이 서구처럼 뿌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응모요령
글의 길이는 빈칸을 포함하여 1,500자 안팎(±150)이 되게 할 것.
제목을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할 것.
원고마감 일자 : 10월 7일(토요일)
우편으로 응모할 경우 봉투 겉면에'제59차 학생 논술 응모'라고 반드시 쓸 것. 주소 : 대구광역시 중구 계산동 2가 71 매일신문 논술 담당자 앞 (우) 700 - 715대구광역시 중구 삼덕동 166 일신학원 논술 담당자 앞 (우) 700 - 412
학교와 학년, 집 전화번호를 밝힐 것.
당선작은 본지에 강평과 함께 게재. (상장과 부상은 학교로 우송함)※ 인터넷으로도 원고를 접수합니다.
매일신문- kjk@imaeil.com
일신학원-ilsin@ils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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