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통대란 있을법 한데

영국, 일본 등과 함께 세계에서 몇 안되는 우측통행 국가인 호주도 교통질서는 엉망이다.

폭음을 내며 달리는 오토바이와 스포츠카는 물론이고 과속, 신호위반, 무단횡단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교통경찰이 옆에 있고 빨간 신호등인데도 그냥 건너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몇가지 원칙만은 철저히 지켜지기 때문에 사고도 많지 않고 차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첫 원칙은 철저한 보행자 보호. 횡단보도 앞에서는 무조건 정지하고, 무단횡단이라 해도 차는 거의 서서 사람을 먼저 건너게 한다. 신호등이 없을 때는 사람이 길가 횡단보도에서 있기만 해도 차는 정지해 사람이 건너갈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다.

어린이 보호구역인 학교근처에는 20-30km 속도를 규정하고는 위반시에 벌금과 벌점이 모두 2배일 정도로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두 번째는 양보정신이다. 신호등이 많은 시드니의 번화가는 그렇지 않지만 조금만 도심에서 벗어나면 신호등 없는 4거리를 많이 볼 수 있다.

그곳에는신호등 대신 라운드어바우트라고 부르는 교통섬이 설치돼 있는데 대구의 경우 지금은 없어진 범어로터리나 명덕로터리를 연상하면 된다. 복잡한 도로에 왠교통섬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이 교통섬은 철저하게 교통신호등 역할을 한다. 이구조물은 차가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약간의 경사만 있는 정도로 교통사고방지나 교통흐름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편도 2차선에 설치돼있을 경우 버스같은 대형차들은 이 곳에 올라서지 않으면 회전이 불편할 정도로 넓지만 아무도 여기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이 교통섬을 만나면 모든 차는 정지를하고, 운전석에서 볼 때 자신의 우측차가 우선권을 갖는다. 무조건 정지를 해야하기 때문에 서로 엉켜 아무도 가지 못하는 뒤죽박죽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한쪽방향에서 많이 밀리면 적당한 선에서 다른 차선의 차가 갈 수 있도록 양보해준다.

언뜻 보면 엉망인 것 같지만 보행자 우선과 양보가 철저히 지켜지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심심찮게 듣는 출근대란이 이곳에서 일어나지않는다.

정지화 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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