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질 관리기준 강화 급하다

원생동물과 바이러스가 물을 통해 사람을 감염시켜 환경호르몬보다 더 치명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드러났으나 국내에서는 이들 물질에 대한 수돗물의 수질관리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29일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수질검사소에서 열린 수돗물 수질관련 기술세미나에서 최근 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상수도본부 환경연구사 3명은 "미국 등 선진국은 원생동물과 바이러스 제거에 중점을 두고 먹는 물을 관리하고 있다"며 "이달 초 국내에서 광범위하게 검출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된 환경호르몬은 식수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89년부터 지표수처리법에 원생동물과 바이러스를 처리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93년 미국 밀워키시에서 원생동물인 크립토스포리디움에 40만명이 감염, 100여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후 선진국에서는 원생동물 처리에 관한 법규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98년 잠정고도지표수처리법을 제정했고, 영국은 99년부터 먹는 물의 크립토스포리디움 수준을 10ℓ당 1포낭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일본은 96~97년 크립토스포리디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원생동물과 바이러스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원생동물의 상수원 및 자연수계 분포실태를 조사(2000~2003년)중이고,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전국 상수원을 대상으로 98년부터 3년째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수질검사소 관계자는 "상수도 원수에서 원생동물과 바이러스가 검출되지만 정수에는 검출되지 않고 있다"며 "기상 이변 등 환경적인 요인으로 이들 물질이 정수과정에서 완전히 처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원생동물(크립토스포리디움과 지아디아)은 사람과 조류, 설치류, 파충류, 물고기를 숙주로 물이나 매체에 존재하며, 사람이 감염될 경우 설사와 복통을 일으키고 어린이나 노약자는 사망할 수도 있다.

金敎盛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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