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일회성 경제챙기기는 안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긴급소집한 경제팀의 4대개혁과제 보고회의에서 "우리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있다"고 실토하고 개혁과제 이행사항을 직접 점검하겠다고 한 것은 경제챙기기의 의지를 강도 높게 표현한 것이라할 수 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지나치게 경제지표에만 의존, 낙관론을 펴왔던 경제장관들의 안이한 경제전망에 대한 경고와 질책의 성격을 엿보게 하는 것이면서 우리경제의 다급한 상황을 절감한 모습으로 비치게 한다. 국제유가 폭등, 반도체가격 하락, 대우차.한보매각 실패, 증시불안 등 제2경제위기설이 나돌만큼 국민 불안이 심각한 상황에서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러운 인식변화로 보여진다.

최근 지방순시에서 경제에 대한 반성의 언급은 있었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대통령 스스로도 거시경제지표와 외국금융기관의 분석을 인용, 우리경제를 낙관하는듯한 발언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늦었다고해서 경제를 팽개칠 수는 없다. "개혁은 생존의 문제"라며 경제팀에 '비장한 각오'를 주문한 것은 특히 경제가 붕괴상태에 있는 지방의 실정에선 너무나 가슴에 와닿는 표현이다.

그동안 정부의 개혁일정이 무작정 미루어지고 공기업과 워크아웃 기업의 도덕적 해이에 배신과 충격을 안은 국민들은 정부의 무사안일에 원망만 키워왔었다. 더욱이 대우차와 한보철강 매각을 둘러싸고 정부당국이 계약파기과정에서 외국기업에 농락만 당하고 국가에 엄청난 손실을 입히고 있는 최근의 사태는 이 정부의 국정관리능력을 의심할 지경이었다. 대통령이 관련자 문책을 지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한보문제에 이어 대우차문제마저 처리를 못하고 무능하게 국가손실만 눈덩이 처럼 부풀린다면 우리경제가 또다시 어떤 위기를 맞을지 여간 걱정이 아니다. 문책 못잖게 향후처리에도 관심을 쏟아야할 것이다.

대통령의 이같은 직접 경제챙기기 의지천명에 안도하면서도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은 결코 그같은 다짐이 일과성으로 그쳐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이미 김 대통령은 지난 현충일에 선두에 서서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지않았다. 오히려 그 사이에 새로운 경제악화요인이 발생하는 등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진 것이다. 이번에도 안일한 경제대응이 그대로 방치된다면 우리경제는 중대한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경제챙기기는 정부에대한 독려만으론 한계가 있다. 마비상태에 있는 국회가 민생챙기기에 나설 수 있게 정치력도 발휘해야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