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올림픽은 개막전부터 세계 언론들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쓰레기 매립장을 절묘하게 개조해 만든 올림픽 선수촌에서부터 10만명을 수용하는 주경기장과 환경친화적인 시설들, 의도적으로 푸른 색을 많이 사용한 깃발과 조명, 심지어 자원봉사자들에게까지 일률적으로 푸른 색의 복장을 지급함으로써 대외적으로 '그린 올림픽'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더구나 시드니가 조경이 잘돼 사계절 푸른 나무가 가득한 데다 바다의 푸르름을 끼고 있는 항구도시라는 잇점까지 있어 '그린'이라는 단어는 더욱 더 실감났다.
그러나 올림픽에 맞춰 지은 각종 시설을 뜯어보면 하나하나 실리와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상업성을 추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기장, 특히 관람석은 임시 조립식으로 지어져 불안함도 없지 않았지만 불필요한 일부 경기장이나 시설은 올림픽 후 철거될 거라는 얘기다. 숙박시설 등 일반시설도 마찬가지. 서울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아파트로 지어진 올림픽 선수촌은 모두 분양이 완료된 상태에서 각국 선수단에 임대가 됐다. 기자촌은 임시 가건물로 지어 1인당 하루 11만-15만원의 숙박료를 받았고, 메인 프레스 센터(MPC)와 국제방송센터(IPC)도 부스 한 개당 1천만원이 넘는 폭리(?)를 취했지만 올림픽 후 모두 철거될 예정이다. 철저하게 올림픽에만 맞춰 각종 시설을 임시로 만들고는 용도폐기하지만 짓는데 들어간 각종 자재들은 또 다른 시설을 짓는데 재활용한다는 것이다. 시드니 올림픽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흘렀다고 비난을 하면서도 그들의 뻔뻔하다시피한 실리추구에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런 면모는 큰 대회를 치른다는 대외적인 이미지 문제를 고려해 막대한 돈을 투자해 경기장을 짓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각종 대회 개최 요건이 일정 규모 이상의 경기장 건설 등의 조건을 달고 있지만 좁은 땅에 각 종목마다 수만명이 들어가는 전용구장을 짓는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수지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정서상으로도 맞지 않는 일이다. 특히 올림픽과 같은 부대효과가 큰 대회가 아닌 월드컵 3, 4 경기와 13개종목에 불과한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최를 앞두고 있는 대구시로서는 배워야할 점이 많은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2개의 대회 개최를 계기로 세계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대구를 홍보하는 무형의 효과는 크겠지만 관광객을 유치할 만한 조건이 좋지 않은 대구이고 보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자명해진다.
실속없는 명분보다는 철저한 실리가 우선임을 생각할 때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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