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속철 로비수사 확산

고속철 로비의혹 사건은 판도라의 상자인가.

검찰이 프랑스 알스톰사의 로비스트였던 최만석(59.수배)씨의 로비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출처불명의 뭉칫돈이 입.출금된 비밀계좌를 잇따라 찾아내 정치권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검찰이 지난 5개월동안 최씨의 로비자금이 흘러간 경로를 쫓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했다고 인정한 수상한 계좌는 크게 두종류.

하나는 4.11 총선전인 95년 말을 전후해 수십억원을 세탁하는 데 사용된 경남종금 계좌이고, 다른 하나는 비슷한 시기에 거액이 입금된 것으로 알려진 황명수(黃明秀.현 민주당 고문) 전 의원 아들 명의의 계좌.

검찰은 두 계좌에 들어간 돈이 고속철 로비자금인지, 전혀 별개 성격의 돈인지, 아니면 자금세탁 과정에서 뒤섞인 돈인지 여부는 더 조사해 봐야 한다며 돈의 출처에 대해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돈의 성격에 따라 이번 수사가 정치권을 뒤흔들 핵폭풍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계좌추적은 합쳤다 갈라지기를 반복하는 돈의 흐름을 좇는 어려운 작업"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꽝'이 될 수 있는 만큼 예단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자금추적만으로는 돈의 성격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지만 사건의 본류와 관계없는 엉뚱한 돈과 부닥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옛 안기부 자금 400억원 이상이 15대 총선전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에 유입됐고, 이 돈이 황 전 의원 등 당시 총선 후보 100명 이상에게 수억원씩 뿌려졌다'는 의혹이 일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자금추적을 한 검찰은 황 전 의원 관련 계좌의 실체만 인정할 뿐 입.출금 규모나 돈의 출처 등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수상한 계좌 2곳에 뭉칫돈이 입.출금된 것이 모두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들 계좌가 선거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는 관측이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또 황 전 의원이 당시 신한국당 선거대책위 부위원장이었다는 점 때문에 그의 관련 계좌에 입금된 돈의 출처에 대한 의혹은 계속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속철 로비자금을 쫓는 것으로 시작한 수사는 검찰의 애초 의도와는 달리 상황에 따라 구 여권의 총선자금 전반을 파헤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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