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I -'두발 자율화' 한계는 있어야

교육부가 중.고교 학생들의 두발자율화를 각급 학교에 지시하면서 다시 이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더오르고있다.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 줘야 하는 수세적 입장에 몰린 일선 학교들은 교육부가 골치 아픈 사안을 떠넘겨 학생 지도가 어려워졌다는불만과 비난의 소리마저 없지 않다.

교육계 안팎에서 뜨겁고 오랜 논쟁을 빚어온 이 문제가 결국 학생들의 뜻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결론이 난 셈이지만, 일선 학교나 많은 학부모들의 여론이 그렇듯이 '일정한 한계'는 있어야 하고, 새 기준도 최소한 '상식적인 선'은 지켜져야 한다.학생들은 그간 두발 제한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고 , 인터넷을 '투쟁의 장'으로 활용, 5개월만에 10만명이 서명할 정도로 여론화에 앞장섰다.

이들은 학생들의신체권은 학생들에게 맡겨져야 한다는 입장이며, 두발 제한조치를 이같은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해 왔다.교육부의 훈령을 기초로 만든 학생선도 규칙은 일제시대의 유산임은 사실이다.이젠 시대가 달라졌으므로 학들을 강제로 통제하는 구시대적 발상을 전환할 때가 됐다. 이미 그 의미와 실효도무색해져 버렸다. 하지만 학생들의 요구와 시위 때문에 서둘러 결정을 내린 듯한 '소신 없는 정책'은 분명 문제다. 그런 인상을 주기 전에 보다 빨리 소신 있는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1983년에 시행된 교복 두발 자율화가 2년이 채 안돼 학교별로 교복이 부활되고 두발이 다시 규제돼 오늘에 이른 것은 졸속한 결정에 기인한다. 탈선을 부추긴다는 반발을 다시 사지 않고 설득력을 얻으려면 교사. 학부모. 시민단체 등의 으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이 유감없이 반영돼야 옳았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은 유행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거기 빠져들면 정서 불안과 정신적 해이가 촉발되고, 교실 붕괴를 가속화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노랑머리.빨강머리. 퍼머는 안된다면 불량학생의 이미지를 막연하게 거론할 게 아니라 염색 비용에 따르는 부작용, 유해성 여부까지 따지는 설득력이 필요하다. 이번 조치 이후에도 학생. 학교. 학부모 3자가 상의해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도록 돼 있기는 하지만 걱정되는 점은 적지 않다. 학생들의 요구가 빗발친다고 해서 원칙이나 '일정한 한계'없이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대화를 통해 설득시키고 지도할 필요가 있으며, 학생 들도 자율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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