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했던 밀로셰비치가 모습을 드러내 패배를 인정한 뒤 대통령직 사임을 발표하고, 야당의 코스투니차가 한국시간 6일 저녁시간 대통령에 취임함으로써 유고 사태가 새 정권 출범의 초기 과정을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실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를 경우 코스투니차는 현지시간 6일 오후1시 베오그라드 시의회 청사 앞 광장에서 취임식을 갖고 대통령직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현지의 베타 통신에 의하면 그 후 코스투니카 신임 대통령은 육군 참모총장을 접견해 충성 서약을 받았으며, 이어 행방 불명됐던 밀로셰비치와 한시간 정도 회담을 가졌다. 밀로셰비치는 이 자리에서 신임 대통령에게 당선을 축하했고, TV에도 출연해 사임을 발표했다.
밀로셰비치는 전국에 중계된 TV 연설을 통해 "코스투니차의 선거 승리를 축하하고 모든 유고 국민들에게 큰 성공이 있기를 기원한다"면서, "당분간 가족들 특히 손자 마르코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한 뒤 당(사회당)이 힘을 되찾아 미래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의 연설이 방영되자 베오그라드 시내엔 수만명의 시민들이 몰려 나가 야당 지지자들과 합류했으며 "드디어 모든 것이 끝났다"고 환호했다. 밀로셰비치의 대선 패배 수용 연설은 그가 무력동원 등 모종의 조치를 취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킨 것으로 13년 철권통치가 완전히 해체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앞서 밀로셰비치는 이날 급파된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자신의 집에서 만난 자리에서 망명 추측과는 달리 "유고 정계에 남아 계속 활동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장관이 전했다. 그는 자신의 지지 세력이자 유고 최대 정당인 SPS(세르비아 사회당) 당수를 맡을 의향을 보였다.
유고 사태에 대해 관망적 입장을 보이던 러시아는 이날 급작스레 외무장관을 베오그라드로 파견, 행방불명됐던 밀로셰비치와 야당의 코스투니차를 잇따라 만나게 함으로써 유고에 대한 영향력 유지에 성공했다. 외무장관은 코스투니차에겐 푸틴 대통령의 당선 인정 친서를 전달함으로써 사태 전환을 더욱 확고히 했고, 밀로셰비치와 만나는 장면은 TV로 방송되기까지 했다. 한편 그동안 밀로셰비치를 강력히 지지해 온 중국도 6일 코스투니차의 승리를 인정했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코스투니차 대통령의 과제 = 국제적 고립 탈피와 민족 화합, 과거 청산이라는 무거운 과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이 6일 전망한 바에 따르면, 그는 반서방 민족주의 성향을 드러내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지지를 얻었기 때문에 외교정책 역시 중립노선을 표방할 것이 확실시 된다. 물론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와 유럽 국제사회 복귀 등을 위해서는 민족주의 색채를 다소 흐릴 수밖에 없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친서방, 반서방도 아닌 '제3의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투니차는 미국에 대해서도 "엄청난 부와 능력을 가진 초강대국이 때때로 작은 나라의 이해와 존엄성을 무시하면서 자기네에게 좋은 것은 모두에게 좋은 것이란 식의 오만한 태도를 갖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밀로셰비치를 전범으로 처벌하자는 서방의 요구에도 분명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
그의 두번째 과제는 연방의 틀을 새로 짜는 일. 수권작업이 완료되면 곧바로 몬테네그로 공화국 대통령과 만나 연방의 미래에 관한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 협상은 헌법 개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종국적으론 몬테네그로의 완전한 독립으로 전개될 수도 있어, 그에겐 중대한 정치력 시험 무대가 될 수 있다.
코스투니차는 코소보 문제에 대해서는, 그곳 거주 세르비아인들의 권리가 대폭 확대돼야 하며 독립을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다.
세번째 과제는 민족 화해와 과거 청산. 잡다한 야당을 망라한 자신의 지지세력인 18개 야당연합을 합치된 수권집단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13년간의 독재 때문에 짓이겨진 민심도 통합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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