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성구 시지동 김규식씨 평생모은 농기구 1천점

"땅을 터전으로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농경문화 유산을 후손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대구시 수성구 시지동에서 목수 일을 하는 김규식(57)씨는 집에서 가까운 대구종합경기장 부근에 농경민속박물관의 설립을 꿈꾸고 있다. 김씨는 자신이 철들면서부터 수집하기 시작한 농기구와 생활용품이 현재 1천여점을 넘어섰지만 마땅한 전시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김씨는 하나 둘 모은 민속품들이 집을 가득 메워, 놓을 곳이 없자 수성구 매호동 개발제한 구역내 밭에 비닐하우스를 쳐 보관하고 있다.

우연히 이곳을 찾은 인근의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민속품들을 보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쟁기.써레.탈곡기 등 논농사기구와 호미 .도리깨와 같은 밭농사기구, 물레와 베틀.바디.호롱.나막신 등 생활용품, 새끼로 꼬아 만든 100년된 밧줄, 70~80년 된 대나무 통발 등 박물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희귀품도 100여종에 이른다.

이곳은 김씨의 작업 공간이기도 하다. 김씨는 수십가지 모양을 한 장승과 전통문, 나무 조각품 등을 직접 제작, 전시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뛰어났다는 김씨는 대구시내 전통가옥 형태의 음식점 대부분이 그의 손으로 지어졌을 정도로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김씨는 "허물어지는 기와.초가집을 찾아다니며 버려지는 민속품들을 모았다"며 "돈주고 사지 않은 민속품이어서 작품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조상들의 혼이 담겨 있다"고 자랑했다. 김씨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 민속품들을 분야별로 전시, 조상들의 삶과 정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갈망하고 있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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