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가. 씨' 3행시.
아-아가씨가 온다
가-가까이 온다
씨-씨~, 마누라잖아
아내에 대한 원망과 실망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유머다. 쪼그라드는 남편의 비애까지 묻어나 안타깝기 그지없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왓 라이즈 비니스'(What Lies Beneath)는 '아.가.씨 3행시'의 '귀여운' 갈등이 아니라 부부간의 죽이고 죽는 끔찍한 현장을 그린 서스펜스물이다.
행복한 가정의 남편 노먼(해리슨 포드)과 아내 클레어(미셸 파이퍼). 애지중지하던 딸이 대학에 들어가 집을 떠나자, 한적한 호수 옆 저택으로 옮겨온다.
그러나 이상한 일들이 꼬리를 문다. 죽은 처녀의 원혼이 집안 가득 퍼진 것이다. 클레어의 호소를 묵살하는 노먼. 그러나 클레어는 끈질기게 원혼의 정체를 찾아가고, 급기야 원혼이 실종된 여대생이며 남편의 성 상대였던 것을 밝혀낸다.
원제를 그대로 옮겨 말하기도 어려운 제목이 되고 만 '왓 라이즈 비니스'는 호수 바닥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듯한 공포를 염두에 두고 달았다. 우리말로 하면 '밑바닥에 깔려 있는 그 무엇'이 될까. '포레스트 검프''백 투더 퓨처' 등 달착지근한 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저메키스 감독의 첫 공포 스릴러물이다.
여러 영화에서 반짝이는 맛을 보여준 그의 재능이 스릴러물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늘 독특하던 '저메키스표 영화'와는 달리 '왓 라이즈 비니스'에선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이 오버랩된다.
깨끗한 영혼의 금발 아내, 사악함을 감춘채 늘 다정다감한 남편, 급기야 드러내는 아내 살해 욕구. 히치콕 영화에서 곧잘 등장하는 스토리 라인이다. 정통적인 플롯, 직설적인 서스펜스, 욕조의 배수구는 히치콕의 '싸이코'에 대한 오마주(경외감에서 나온 패러디)로 보인다.
반전과 복선이 깔려 있지만 초반 클레어가 옆집에 대해 느끼는 공포는 결국 오판으로 밝혀져 군더더기처럼 느껴진다. 늘 멋진 역으로 나오던 해리슨 포드는 이 영화에서 사악한 남편 역이 그리 달갑지 않은 표정이 역력하지만, 미셸 파이퍼는 여전히 아름답게 연기한다.
'장미의 전쟁''레베카''왓 라이즈 비니스' 등 영화에서 극단까지 치닫는 남편들을 보다보면 '아. 가. 씨' 3행시나 옮기는 남편이 훨씬 정겹게 느껴질 듯.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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