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춘추-질서와 조화

기차는 항상 철로 위에 있어야 운행이 가능하다. 민물고기는 강물 속에, 바닷고기는 해수 속에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질서'란 모든 것이 모두 제 자리에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줄서기 질서도 결국은 순번에 따라 정해진 자기 자리를 지키는 행위이다.

자연계는 서로 질서와 조화 속에서 존재한다. 물과 공기와 흙이 그렇고, 동물과 식물과 미생물이 그러하다. 바닷물은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 달에는 물이 없기 때문에 기온이 낮에는 섭씨 130도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영하 165도까지 떨어진다. 금성의 온도는 500~800도로 뜨거워서 생물들이 살 수 없고, 화성은 추워서 살 수 없다. 산소가 좋다고 하지만, 공기 중에 35%만 증가한다고 하면 화재가 발생할 경우 끌 수 없게 되고, 수중에 함유된 산소량이 부족하면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 대기 중의 탄산가스와 수증기도 공기를 따뜻하게 하고 압력을 적당하게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조화는 적정량을 취하고, 한 치의 일탈도 허용하지 않는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사람의 체내에 있는 혈관의 길이는 10만㎞나 된다고 한다. 심장에서부터 뿜어 나온 혈액은 산소와 영양분을 싣고 멀고먼 말초 모세혈관에까지 질서 있게 흘러간다. 만일 이 정치한 교통망 중 좁은 골목길 어느 한 곳이라도 막힌다면, 우리 몸은 경색과 경화의 심각한 질병에 직면하게 된다.

줄지어 날아가는 가을의 기러기를 배우자. 그들의 적확한 방향감각과 질서와 협동은 인간의 스승이 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서해안에 살고 있는 어미 거북은 산란기가 되면 멀리 떨어진 조그마한 섬에 가서 알을 낳고 그냥 돌아와 버린다. 부화한 아기 거북이 어미를 찾아 수천 마일을 헤엄쳐 오는 것을 보면, 그들의 행보는 그저 본능으로만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조화롭고 위대하다.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질서와 조화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도 자연의 하나이니까.

경북대 국어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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