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의 북한 노동당 창건 55주년 기념일에 초청 받은 단체와 인사에 대해 방북(訪北)을 승인한 것은 적절한 처사로 보이지 않는다. 비록 정치적 언동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부 각서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정부의 이번 방북 허용은 그동안 대북 관계에서 보여온 무원칙과 무소신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결과가 됐다해도 지나치지 않다. 북한측은 당초 우리 정부와 남한인사초청 문제를 협의, 순서와 절차를 밟아 풀어나가는 것이 마땅했다. 그럼에도 북측은 정부를 외면한 채 단체와 개인 인사를 자기네들 마음대로 개별 초청하고 있으니 이런식 초청은 지금의 남북관계로 미뤄볼때 온당치 못하다. 자기네들은 '명절을 함께 즐기자'는 뜻에서 초청을 했을뿐 다른 뜻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적화 통일'을 강령으로 삼고 있는 노동당의 창건 기념일이 남한 국민들의 명절일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측이 정부 입장을 도외시한 초청에 잇달아 기념일을 이틀 남겨놓고 이번엔 고려항공 특별기까지 보내겠다고 일방적으로 통고한 것은 우리 국민정서는 고려치 않은 방약무인한 처사로 보아 마땅하다.
정부로서는 남북 화해와 교류협력을 해치지 않기위한 고육책으로 북측 요구를 허용한다는 설명이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당초 방북 불허 방침을 밝히다가 급선회, 허용키로 한 것은 지나치게 북한에 끌려다닌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본다. 정부입장에서는 앞으로 있을 국방장관회담이나 적십자회담에서 군사적 긴장완화나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북측의 실질적인 양보를 받아내려면 이번 평양 초청쯤은 수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본다.
아웅산과 KAL기 폭파의 주범인 저들이 사과한번 않은 이 마당에 북한체제의 정당성을 '선전 선동하는' 의미가 내포된 노동당 창건일에 축하하는 단체와 개인을 보낸다는 사실 자체가 주권 국가의 정부로서 무엇인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길 없다.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여건아래서도 대북 식량지원을 선뜻 약속한 우리 정부가 식량분배의 투명성조차 보장받지 못한채 저들에게 끝없이 밀리기만 하는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정부는 방북을 신청한 단체중 일부는 축하사절로 간다고 공공연히 말하는가 하면 일부 보수계층은 방북 허용에 대해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에 놀아난 굴욕적 행위'란 비난 여론이 드세지고 있는 등 남남(南南)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처럼 대북 피로증이 심화될 경우 6·15선언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까 걱정스런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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