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젊은 의사 배리 마샬은 그의 실험실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박테리아가 가득 든 배양액을 벌컥 들이켰다. 그는 곧 심한 위염에 걸렸고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먹었다.
학문적 믿음을 입증하고 알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한 이 의사 덕분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없이는 위궤양도 없다"는 명제가 성립됐다. 많은 의사들이 "위산이 없으면 위궤양도 없다"고 믿던 1980년대 초반의 일이었다.
◇위장병의 주범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위장병 없는 사람이 있을까? 위장병은 가장 친숙한 국민병. 이 고질병의 주범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불과 몇년 전 일이다.
이 박테리아는 위 안에 서식하면서 위 십이지장 궤양, 위염, 소화불량 등 갖가지 위장병을 유발하는 원인균으로 지목돼 있다. 최근 국내의 한 음료회사에서 이 균을 죽이고 예방하는 음료를 상품화 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관심이 새삼 높아졌다.
더욱이 세계 보건기구는 1994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확실한 발암 인자'로 규정했다. 위암의 원인이라는 결정적 증거는 없지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의해 만들어진 염증세포가 활성산소를 생성하고, 이것이 위 점막세포를 공격하고 상피세포의 변화를 유발, 위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위산 속에서도 살아 남아
위는 강한 염산과 소화 효소로 구성된 위액을 분비해 음식물을 소화하고, 입을 통해 들어오는 각종 독소나 세균을 없앤다. 그러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놀랍게도 위산의 공격을 이겨내고 위 안에서 생존한다. 위산을 중화시키는 암모니아 성분을 만들어 스스로를 위산으로부터 보호하기 때문이다.
또 이 박테리아는 매우 강력한 운동성을 갖고 있다. 미꾸라지가 진흙 속을 자유로이 다닐 수 있듯, 위 점액 내에서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정상적인 위 벽과 십이지장 벽은 위액에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다. 위액과의 이 균형이 깨져 방어체계가 약해지면 궤양이 생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점막 방어체계를 손상시켜 위산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위 점막을 궤양이 발생하기 쉬운 상태로 변화시킨다.
◇우리나라 사람 70~80%감염
우리나라 사람 10명 가운데 7, 8명 꼴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감염자 중 65%는 위염에, 10~20%는 소화성 궤양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역으로 웨궤양 환자의 60~80%, 십이지장 궤양에 걸린 사람의 90~95%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발견됐다.
감염 경로는 오염된 음식물, 위액에 오염된 물질 등 다양하다.
진단은 내시경으로 위 점막을 떼어내 세균을 확인하거나, 호흡을 이용한 방사선동위원소 검사(요소호기검사)를 이용해 간단히 할 수 있다.
치료는 2가지 이상의 항생제를 이용해 약물로 한다. 1주일간 복용하면 90% 이상이 소멸된다. 투약 종료 뒤 4주쯤 지나 요소호기 검사를 해 보면 균의 박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균을 박멸하면 위·십이지장 궤양을 완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위암 발생률도 낮출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치료 받아야
균에 감염된다고 해서 모두가 위염이나 위궤양을 앓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보균자는 모두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원인인 위·십이지장 궤양, 출혈성 십이지장 궤양, 조기 위암 등의 치료 후에는 반드시 제균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위염이 있거나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치료가 권장된다.
글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 안성훈교수(계명대 동산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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