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전 노인이기기(4)-회춘의 비밀 성호르몬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은 퇴화하기 시작한다. 흰머리가 나오고 잠도 준다. 눈앞이 침침해지며 피부에는 주름살이 생긴다. 40, 50대만 돼도 이른바 갱년기가 시작된다. 남성답지 못한 남성, 여성답지 못한 여성, 이른바 중성 인간으로 급격히 또는 서서히 변한다. 성 호르몬이 줄어 들기 때문이다.

◇회춘은 가능할까?

갱년기 증세는 성호르몬이 줄어 듦으로써 오는 노화현상이다. 이점에 착안, 현대 의학은 성호르몬을 보충해 노화를 지연시키는 방법을 개발해 왔다. 나아가 여성에겐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남성에겐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해 생체의 시간 흐름을 거꾸로 돌려 놓는 데 도전하고 있다. 인류가 수천년 전부터 꿈꿔온 회춘을 호르몬 요법을 통해 실현하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갱년기는 여성에게만 오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는 남성에게도 갱년기가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기 시작했다. 40대가 되면 성욕이 감퇴하고 발기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근력도 감소하고 쉽게 피로해진다.

밥맛도 잃어 버리고 잠못 이루는 밤을 보내기도 한다.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고 우울감도 경험한다. 테스토스테론이라 불리는 남성호르몬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남성의 노화를 늦추는 테스토스테론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을 남성답게 만드는 호르몬이다. 남자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생식기관을 비롯해 음성·골격 등이 급격히 변한다. 피로를 모르는 정력과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성향도 갖게 된다. 하지만 사춘기가 지나면 점차 이 호르몬이 감소돼 신체의 노화가 시작된다. 성욕 역시 떨어진다.

여성의 갱년기는 폐경과 함께 급격히 진행된다. 그러나 남성에게선 서서히 진행된다. 성호르몬 수치가 몇년에 걸쳐 서서히 줄어들기 때문. 혈액 중 남성호르몬 농도가 350ng/㎗이하로 줄면 남성 갱년기로 볼 수 있다.

40~60세 사이에서는 7%, 60~80세는 21%, 80세 이상에서는 35%가 남성 갱년기 상태에 있다는 외국의 연구가 있다. 다른 연구에서는 50세 이상 남성의 11.4%가 호르몬 수치가 낮은 갱년기 상태라고 했다.

남성 갱년기의 원인은 다양하다. 각종 만성질환, 흡연, 과음, 스트레스, 비만 등등. 뇌나 고환의 질환으로도 남성호르몬이 감소한다.

갱년기 증상이 있는 남성들은 부작용이 없는 범위 내에서 호르몬 보충으로 노화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이 남성의 노화를 느리게 하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젊음의 파수꾼 여성호르몬

여자의 일생에서 초경과 폐경은 시작과 끝이다. 이것을 지배하는 것이 여성호르몬. 이것이 생리·임신·폐경에 이르는 여성의 일생을 조절한다.

폐경은 난소의 기능이 쇠퇴해 정상적인 월경이 중단되는 것을 가리킨다. 갑작스런 호르몬 감소로 안면 홍조, 가슴 두근거림, 피부와 질 건조증, 성교 통증, 두통, 요실금 같은 여러가지 갱년기 증상이 찾아온다.

호르몬의 감소는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의 노화뿐 아니라, 뼈를 흡수하는 파골 세포의 기능을 증가시켜 골다공증도 유발한다.

에스트로겐은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춰 여성의 건강을 지켜왔지만, 이 작용이 없어짐으로써 여성에게서 동맥경화가 더 심해지고 중풍·심장병 등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게 된다. 여성에겐 지방 성분이 남성보다 많기 때문이다.

◇여성호르몬은 치매도 예방

여성 호르몬을 보충해 주면 골다공증과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뿐 아니다. 폐경기 이후 여성들이 경험하는 기억력 저하와 노인성 치매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성호르몬이 신경 신호를 전달해 주는 에세틸콜린의 합성을 증가시켜 치매 증상을 개선해 주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러나 호르몬 요법에는 조심을 요한다. 여성호르몬은 유방을 자극하므로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사용할 수 없다. 또 자궁 내막암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전문의의 검사와 처방이 필요하다.

계명의대 가정의학과 dhkim@dsm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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