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에 성사된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간의 9일 영수회담은 국회법 날치기 통과, 한빛은행 불법대출 등으로 빚어진 파행국회를 복원하기 위한 사전 절차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여당의 독단적 국정운영을 이유로 장외투쟁에 전념했던 한나라당으로서는 경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개혁법안, 추경예산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를 계속 멀리하기에는 여론의 향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또 청와대로서도 야당을 국회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으면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여론의 비난을 계속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즉 이번 영수회담은 이같은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성사된 것으로 한나라당으로서는 장외투쟁에서 장내투쟁으로 전환을 위한 연결고리, 청와대로서는 경제개혁법안 등 국정 현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중간다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영수회담 이후 국회는 빠른 속도로 정상을 찾아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는 근거는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 특검제 도입, 국회법 처리 등 여야간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여온 현안들이 양당 총무회담에서 걸러져 김 대통령이나 이 총재 모두 홀가분하게 국정현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문제, 경제위기 극복 등의 현안에 대해 김 대통령과 이 총재의 시각차가 워낙 커 국회가 복원되더라도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우선 남북문제에 대한 시각차만 해도 그렇다. 김 대통령은 남북간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이 총재는 남북관계 개선은 상호주의에 입각,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이날 회담에서 내치를 방치하고서는 남북관계 개선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고 대북 쌀지원에 대한 국회동의,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해결, 대북경제 지원은 군사적 긴장완화의 연계 등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또 경제난 해법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시각은 큰 편차를 보였다. 김 대통령은 국제유가 상승, 대우차.한보철강 매각 무산, 구조개혁의 지연 등 대내외 여건의 악화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판단이나 이 총재는 경제난의 원인은 개혁의 부진이고 이는 정부의 정책부재가 낳은 것인 만큼 경제난의 근본적 원인은 정책부재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날 회담은 이들 국정현안에 대해 여야간 합의를 도출하기 보다는 상호 의견 차이를 확인하고 의견접근을 시도한 자리라는 제한된 의미에 그쳤다는게 여야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날 회담을 의제에 대한 사전 조율없이 하기로 한 것이나 회담 이후 합의문도 작성하지 않기로 한 것은 이번 회담의 이같은 성격을 말해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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