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9일 영수회담은 그동안 대립으로 일관해온 여야관계를 신뢰에 바탕을 둔 협력의 관계로 전환, 실종된 대화정치를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여야 영수회담을 두달마다 갖기로 정례화한 것은 김 대통령이 이 총재를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한 것으로 여야간 직통 대화채널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또 여야간 현격한 견해차이를 보이고 있는 남북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 총재가 지난 7월 제의한 남북관계특별위원회를 가동키로 한 것이나 민생문제를 포함한 모든 국정을 논의하는 여야 정책협의회를 재가동키로 한 것은 여야 협조관계를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란 점에서 역시 큰 의미를 갖는다.
이같은 측면에서 앞으로 정치는 김 대통령이 원했던대로 국회내에서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상생」과 「대화」의 양상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10.9 영수회담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정치가 실질적인 의미의 대화와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같은 전망은 김 대통령이 가장 정력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북정책에 대해 여여간 의견차가 너무 큰데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특검제 도입, 국회법 문제 민감한 현안 역시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우선 대북정책의 경우 이 총재는 『정부가 너무 서두르고 있으며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도 상호주의에 입각해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김 대통령은 절대 서두르는 것이 아니며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결코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답은 피하고 있다.
따라서 이날 합의대로 국회내에 남북관계특별위원회가 설치돼 대북정책의 방향을 논의한다고 해도 지금 상태로선 접점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칫하면 남북관계특별위원회가 대북정책을 둘러싼 여야간 인식의 차이를 재확인시켜주는 자리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대통령과 이 총재의 의견차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야관계의 균열을 가져왔던 요인의 하나인 자민련 문제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민주당이 자민련과 합세하기 때문에 장외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자 김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자민련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받아쳤다.
한빛은행 특검제 도입 문제에 이르러서는 현격한 시각차를 보였다. 『특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이 총재의 주장에 대해 김대통령은 『필요없다』는 반응이다.
따라서 이번 영수회담에서 거둔 외견상의 신뢰회복에도 불구하고 향후 여야관계가 온전한 협조체제로 전환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경훈 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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