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막 벗어난 경산시 옥산 2지구 속칭 '여관골목'. 유럽풍의 호화 러브호텔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이곳은 도로를 사이로 아파트 대단지와 마주 보고 있다. 1천200가구가 사는 ㄱ아파트와는 담하나 사이.
때문에 대낮에도 끊이지 않고 드나드는 남녀손님이 훤하게 들여다 보이며, 밤이면 40여곳의 다방, 주점과 뒤섞여 일대는 거대한 환락가로 변한다. 주민들은 매일 취객과 유흥업소 종업원들이 팔짱을 끼고 여관에 들어서는 모습을 외면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 주민은 "해가 지면 아이들이 행여 그런 모습을 볼까 놀이터에도 나가지 못하게 하고, 여름에는 아파트 창문도 열지 못한다"면서 "초등학교와 200m떨어진 곳에 어떻게 건축허가가 났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주민들은 "경북개발공사와 경산시가 지난 96년 택지개발을 시작, 분양에 들어갔다가 IMF사태로 땅이 팔리지 않자 모텔 건축허가를마구잡이로 내줬다"고 비난했다. 주민들은 지난 7월 모텔 철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붙이고 시위도 벌였지만, 지금도 2곳의 러브호텔이 신축공사를 벌이고 있다.
한 부동산 업자는 "지난해 3곳이 문을 열고 난 뒤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이 나자 올해 10여곳의 여관이 들어섰거나 신축중"이라며 "인근의 주점, 다방 등에 대한 임대문의도 이어지고 있고 권리금도 2배 가까이 뛰었다"고 말했다.
대구의 대표적 유흥가인 수성구 황금동, 두산동 일대는 현재 70여개의 모텔이 성업중이다. 최근 황금2동 주민들이 '시민감시초소' 까지 설치하며 러브호텔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뒤섞인 이 곳에 현재도 1건의 모텔허가가 나 있다.
주민 양모(34·여)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애가 '어른들이 왜 집을 놔두고 낮에 모텔에서 잠을 자느냐'고 물어와 말문이 막혔다"면서 아이 교육을 위해 이사갈 계획까지 세워 놓았다고 했다.
대구시내 신흥 여관골목인 달서구 본리동, 장기동 일대에도 모두 40여개의 모텔이 들어서 있다. 인근 ㄷ초교의 한 교사는 "아이들이 여관앞에서 여자의 나체사진이 찍힌 마사지 전단지를 딱지처럼 가지고 노는 것을 자주 보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주민 최봉수(75)씨는 "여관골목 주변 놀이터에서 술취한 남녀들이 몰려와 밤새 술판을 벌이거나 심지어 낯뜨거운 짓도 서슴없이 벌이고 있다"면서 "여관들이 들어서고 나서 우범지대로 변했다"고 했다.
이런 상황속에 행정당국은 "지난해 8월 여관의 건축신청이 통보제로 완화돼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고, 만약 업주들이 행정소송을 할 경우 무조건 패소한다"며 속수무책의 자세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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