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하남-연상녀' 문제될 게 있나요

가을은 결혼의 계절.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는 때다. 다른 한편으로 결혼을 더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또는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권신장에 따른 가부장적 권위의 몰락, 가족해체, 경제난 등으로 전통적인 결혼관이 파괴되는 것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연하남-연상녀 커플, 독신남녀 등이 늘어나는 현상은 이기주의, 편의추구 등 우리 시대의 극단적인 세태를 반영하는지 모른다. 급격히 달라지고 있는 결혼관을 3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탤런트 이훈과 나폴레옹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둘다 연상의 여자와 결혼을 했다는 우스개가 유행하고 있다.

연하남-연상녀 커플이 젊은 세대로부터 각광을 받는 풍조가 생겨나고 있다. 결혼을 통해 남자는 경제적 안정을, 여자는 생물학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남녀 둘다 '이익'이 된다는 논리다. 김민수(27.회사원)씨는 "조성민-최진실, 김민종-이승연 커플 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겠느냐"고 평했다.

지난해 10월 48평 아파트를 소유한 4살 많은 아내와 결혼한 김모(31)씨. 집안의 반대와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한때 주저했지만 '사랑하면 극복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김씨는 처음엔 차마 아내가 4살이나 많다는 얘기를 하지 못하고, 마지 못해 1, 2살쯤 많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젠 나이차가 좀더 나지 않는 것이 아쉽다는 농담을 건넬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박씨는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고 잔소리를 듣지 않는게 좋은 점이고, 나이많은 아내를 대하기 조심스럽다는게 나쁜 점"이라고 털어놨다.

결혼전문업체 듀오가 최근 전국 성인남녀 79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연하남-연상녀의 결혼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이가 86.6%나 됐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구지사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찾아 볼 수 없던 연하남-연상녀 커플이 올해는 한달 평균 2쌍씩 생기고 있고, 연하남을 찾는 문의전화도 하루 평균 5,6통씩 걸려 온다는 것.

이같은 현상은 경제적 안정을 얻고자 하는 남성이 많아지면서 경제적 기반을 일찍 잡은 연상의 여인을 선호하는 추세라는게 결혼정보회사의 분석이다.

한마음웨딩클럽 박정현씨는 "경제적 측면을 중시하는 남성들과 권위적인 남편보다 친구같이 대할 수 있는 상대를 원하는 여성들의 성향이 맞아 떨어지면서 연하남-연상녀 부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결혼 연령이 높아진데다 여권 신장으로 배우자 선택권이 여성에게 주어진 것도 또다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모(32.여)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에 자주 찾아오던 3살 연하의 남자와 지난해 결혼을 했다. 김씨는 "결혼한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불편하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면서 "서로를 내세우지 않고 부부간에 가사일을 분담할 수 있는게 장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풍조에 대한 경각심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 연하남과 사는 여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나타날 수 있는 남편의 외도를 불안하게 생각하는가 하면 사회 전체가 여성화되는데 한 몫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

영남대병원 정신과 박형배교수는 "여자의 정신적, 신체적 연령이 남자보다 높기 때문에 연상의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며 반대론을 폈다.

경북대에서 '결혼과 가족관계'를 강의하는 박민정씨는 "결혼도 일종의 권력관계로 해석할 수 있는데, 가부장적 권위를 대신해 나타나는 연하남-연상녀 현상이 자칫 사회적인 남성무력감을 초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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