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II -그렇다면 特檢으로 풀 수밖에

신용보증기금 보증외압 의혹사건은 한마디로 이운영씨의 '자작극'이라는게 검찰의 결론이다. 이 사건의 본질인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은 당시 지점장과 박혜룡씨가 벌인 '사기극'이라고 이미 검찰이 밝힌 바 있다.

결론적으로 한빛은행 관악지점 예금고의 2배가 되는 1천억원이 대출된 것은 은행지점장 단독의 사기와 외압의혹을 조작해 일궈낸 합작품이라는 얘기가 된다. 우리나라 은행돈이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된다면 이건 정말 심각한 일이다. 과연 국내은행을 믿고 돈을 맡길 수 있을지 극히 불안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번 사건은 이 원천적인 의문에 대해 검찰은 시원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

또 검찰은 보증외압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박지원 전 장관이 '외압전화'를 한 증거를 찾지 못했고 그 대신 이를 폭로한 이운영씨의 주장은 물증은 없지만 정황증거상 본인의 비리를 숨기기위한 자작극일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는 거꾸로 뒤집으면 '외압전화가 없었다'는 물증도 검찰이 찾아내지 못했다. 단지 논리적 추리로 이번 사건에 실세장관의 개입을 배제한 것에 다름아니다. 상반된 두개의 주장중 누구의 말을 믿느냐는 검찰자체의 판단이겠지만 이씨의 주장은 처음부터 거짓이라고 가정해놓고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게 이씨측 변호인의 주장이다. 이건 검찰의 논리가 이씨를 승복시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에겐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켜 놓았다.

왜냐하면 박 전 장관이 그렇게 결백하다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씨의 대학동창들을 3번씩이나 만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데 그에 대한 검찰의 추궁도, 설명도 없었다. 신용보증기금의 최수병 당시 이사장이나 손용문 전무의 말이 여러번 바뀌었다. 처음엔 조사받은 사실도 몰랐다고 했다가 '기억이 없다'로, 나중엔 박주선 당시 법무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을 털어놨다. 이 부분은 왜 집중적으로 추궁하지 않았는지 그것도 의문이고 그 배경엔 뭔가 있다는 의혹을 남기는 부분이다. 더욱이 사직동팀의 이모 경정이 600여만원의 향응과 금품에 매수돼 가혹수사했다는 것도 그 팀의 성격상 믿기 힘들고 제보자들은 이씨와 무슨 큰 원한이 있다고 돈까지 줘가며 그것도 청와대 사직동팀에 수사의뢰했는지 그것도 의혹이다.

이번사건은 결과적으로 박 전 장관에겐 면죄부를 줬지만 의문은 숱하게 남는다. 결국 국정조사에서도 시원찮으면 특검에 의해 풀 수밖에 없다는게 우리의 거듭된 주장이다. 그냥 지나치면 이 사건은 두고두고 현정권의 부담으로 남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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