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현장-대구시립오페라단 '아이다'

지난 7일 오후 2시, 대구 원화여고 강당엔 100여명은 족히 넘을 중장년 여성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모이세요"하는 외침에 대기석에 앉아있다 주저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각구청 합창단·불교합창단 등의 단원들이다. 난생 처음 오페라에 관객이 아닌 출연자로 참석하는 그들은 들떠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오는 13일과 14일 이틀동안 매일 오후 7시, 대구 야외음악당(달서구 두류동)에서 막을 올리는 대구시립예술단의 오페라 '아이다'.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유학한 정상급 성악가들과 대구시립교향악단·합창단·무용단 등이 참여하는데다 130여명에 이르는 시민자원봉사 합창단들까지 가세하는 올 가을 대구·경북지역 최대의 문화이벤트답게 연습도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었다.

강당을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그리고 몸동작들. 전문 음악인은 물론 자원봉사 합창단들까지 마치 실제 무대에 오른듯 열심을 내고 있었다.

'아이다'는 이탈리아 오페라를 세계무대에 올려놓은 쥬세페 베르디(1813~1901)의 작품. 수에즈운하 개통을 기념해 카이로에 오페라극장을 건설한 이집트 이스마일 총독의 부탁으로 작곡됐고 1871년 이 극장을 신축한 기념으로 초연됐다.

이 오페라는 이집트의 젊은 장군 라다메스와 이집트에 포로로 잡힌 에티오피아 왕녀 아이다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대 이집트를 무대로 이국정취 가득한 제사의식과 춤, 대군중의 등장 등 호화로운 장면이 많아 대형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은 500여평 넓이에, 구조물 높이만도 20m나 되는 초대형 무대에서 꾸며진다. 첨단음향과 조명시설에다 3만여 관객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대구 야외음악당의 개장기념공연이며,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대구유치를 함께 축하하는 무대.

특히 '아이다'는 야외무대로서는 국내 처음. '문화예술도시 대구'를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보기 드문 초대형 공연을 마련했다.

시민자원봉사합창단을 참여시켜 일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게 된 것도 특색이다. 공개모집을 통해 주부 등 일반인 130여명이 선발됐다.

시민자원봉사합창단으로 무대에 서게된 주부 이설옥(56·대구 남구 봉덕동)씨는 "구경만하던 오페라무대에 직접 서게된다는 것만으로도 평생 잊지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며 "대구·경북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예술을 통해 시민들이 새로운 힘을 다지고 단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역민과 함께 하는 공연이라는 주제를 살리기 위해 모두 4억여원의 제작비가 소요됐지만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오페라의 대중화를 목표로, 대중문화와는 동떨어진 고급문화로만 인식됐던 오페라의 위상을 바꿔보자는 것. 초보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우리말로 공연하고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레일을 깔아 장면마다의 무대전환을 빠르게 했다.

또 출향인사를 비롯, 전국의 음악인들을 초대하고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에게도 입장권을 보냈다. 행사주최측은 매회 2만여명의 관객입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주역인 아이다역에 이화영·윤현숙씨, 암네리스역에 조미련·김정화씨, 라다메스역에 손정희·하영진씨, 아모나스로역에 임익선·김창현씨, 람피스역에 이의춘·임용석씨, 이집트왕역에 홍순표·박창석씨 등 주요 배역은 복수로 출연자가 결정됐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예술감독 김완준 교수

"굶주린 사람들이 거리를 뒤덮었던 전후 독일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사꾼은 빵을 파는 사람들이 아니라 꽃파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는 13일과 14일, 대구 야외음악당에서 공연되는 대형 오페라 '아이다'의 예술감독을 맡은 김완준(51·대구예술대)교수는 이번 무대에 큰 의미를 부여해달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지역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속에서 우리 지역민들이 용기를 얻고 '다시 할 수 있다'는 정신적 무장을 예술공연을 통해 불어넣어 보겠다는 것.

"대구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섬유·패션도시로의 발돋움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적 인프라 구축이 급선무예요. 이탈리아 밀라노시는 연중 오페라가 끊이지 않는 세계적인 극장 '라스칼라'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 대구도 이같은 문화적 저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김교수는 이번 공연을 준비할 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연'과 '안 본 사람이 후회하는 공연'이 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대구시립오페라단은 내년 5월로 창단 10주년이 됩니다. 10년간 축적된 오페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이번 기회를 통해 평가받고 싶습니다"

---오페라 '아이다' 줄거리

에티오피아와 이집트의 전쟁 와중에서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가 이집트군에게 잡혀 이집트 왕궁에서 포로생활을 시작한다. 이집트의 전쟁 영웅 라다메스장군은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고, 아이다 역시 연정을 품는다. 하지만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도 라다메스장군을 사랑하면서 이들의 사랑은 삼각관계가 된다.

이집트는 다시 에티오피아와 전쟁을 하게되고 라다메스장군은 아이다의 아버지를 포로로 잡고 개선한다. 라다메스장군을 사위로 삼아 후계자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이집트왕. 아이다는 슬픔에 잠긴다.

한편 포로로 잡힌 에티오피아왕은 몰래 딸을 만나 라다메스장군으로터 군사기밀을 빼내올 것을 부탁하고 이를 실행하고마는 아이다와 라다메스장군의 만남은 결국 이집트 제사장에게 들키고 만다.

감옥에 갇히는 라다메스. 사랑을 받아들이면 죄를 면해주겠다는 이집트 공주의 제안이 있지만 거절한다. 결국 굴속에 갇혀 산채로 죽임을 당하는 형벌에 처해지는 라다메스.

아이다는 운명을 함께 하기위해 라다메스가 갇힌 굴속으로 숨어들고, 어서 떠나라는 장군의 호소도 무시한 채 '잘 있거라, 이 세상 눈물의 골짜기여'를 노래하며 연인의 품속으로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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