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가는 가상공간
"윽!!! ××, 재수 왕창 없다. ×××같은 새끼, 확 쳐죽어라. 이××××아…, 주기뿌고 싶당개"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일어서자'라는 주제를 내세운 한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라있는 글. 제목은'×같은 새끼야'이며, 글을 올린 사람의 이름은'씨발'이다온통 욕설로 도배된 글들. 이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차마 옮길 수 없는 지독한 욕설에다 외국어까지 섞은 퓨전욕(?) ID들이 줄줄이 글을 올려 놓은 채 누군가의 클릭을 기다리고 있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너무 심한 욕들이 쏟아지자 지난 달 26일부터 부모에 대한 욕, 성적인 욕 등은 삭제키로 방침을 정했다. 스스로'도를 넘고 있음'을 인정한 셈.
주제별 사이트를 찾아주는 인터넷 검색엔진을 이용하면 '욕'만 전문으로 늘어놓는 사이트만도 '팔도 욕탐험''욕 창조하기''금주 욕꺼리'등 얼핏 봐도 10개 가까이 잡힌다. 각 사이트 게시판마다 수백 건씩의 갖은 욕들이 '솜씨'를 뽐내고 있다.호기심에 욕사이트에 들어가 봤다는 샐러리맨 김철현(28.가명)씨는 "글 올린 이의 정신상태를 의심할 정도의 심한 욕들"이라며 "잠시만 봐도 정신이 황폐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속 '가상공간의 언어'가 구린내를 풍기며 푹푹 썩어가고 있다. 천방지축 어법은 이미 건드릴 수도 없을 정도이고, 욕설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져 '듣도 보도 못한'기상천외한 욕설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한 공중파 방송국의 시청자 의견란에 실린 한 여학생의 글. 대뜸 '씨발'로 시작한 이 학생은'너무 하는거 아냐…'라는 비교적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더니 수차례'지랄이야'를 내뱉고 마지막엔 결국'개자식들아'로 끝을 맺었다.
국어학자 등 전문가들은 가상공간의 언어악습이 학교로, 직장으로 파급되고 나아가 일상어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에 대해 임지룡(47.경북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일부 가상공간 이용자들이 익명성을 핑계로 무차별적 언어폭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인터넷시대 초기라 과도기 상황으로 보이지만 빠른 시일내 교통정리가 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언어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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