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오싱젠의 생애와 작품세계

가오싱젠(高行健.60). 프랑스로 망명한 중국 극작가이자 소설가, 화가, 비평가. 우리 독자에게는 전혀 생소한 그가 예상밖으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중국인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는 노벨상 100년 전통에서 그가 처음이다. 현재 프랑스 파리 교외 바뇰레에서 살고 있는 가오는 수상 발표직후 AFP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놀랐다"고 소감을 밝힐 정도로 그의 수상은 의외였다.

가오싱젠은 1940년 중국 쟝시(江西)성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은행원이었고, 어머니는 연극배우로 어려서부터 글쓰기와 그림그리기, 바이올린을 배울 정도로 유복한 집안에서 성장했다. 17세때 베이징(北京) 외국어대학에 입학, 불문학을 전공하고 많은 작품을 번역하는 등 개방적인 성향이었던 그는 66년 문화대혁명의 와중에 시골로 하방(下放.지식인 정신개조 운동)될 때 신변 안전을 위해 원고들을 불태워야 했을 정도로 반체제 성향이 강했다.

문화대혁명 뒤 78년부터 본격적으로 그가 작품활동을 시작할 무렵 중국문학계는 모더니즘 이론을 한창 수용하고 있었고, 가오는 80년대를 풍미한 아방가르드 문인들, 이른바 선봉파(전위파) 문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80년대 베이징 인민예술극장 상임극작가 시절 '버스 정류장' '절대 신호' 같은 작품을 통해 유럽 스타일의 아방가르드극을 선보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서구 모더니즘 연극의 수법을 대폭 수용한 가오의 이런 실험적인 아방가르드극은 중국내에서 논쟁을 촉발시켰다.

하지만 중국내에 불어닥친 이른바 '정신오염 퇴치운동' 즉 정치적인 반자유주의 캠페인이 일자 가오는 87년 프랑스로 건너가 정치적 난민 자격으로 파리에 정착했다. 이후 중국 전통사상을 현대인의 실존과 접목시킨 희곡과 소설을 발표하면서 프랑스에서 기사 작위를 받는 등 세계 무대에 조금씩 그 이름이 알려졌다.

82년에 발표한 대표작 '영혼의 산(靈山.The Soul Mountain)'은 중국의 농촌지역을 배경으로 자유와 평화를 꿈꾸는 주인공의 행적을 따라간 장편소설. 중국 샤머니즘과 도교적 전통이 살아 있는 이 소설은 지난해 영문판으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영혼의 산'을 비교할 수 없는 뛰어난 문학작품 중 하나라고 평가하고 지난해 발표한 두 번째 소설 '한 사람의 성경(一個人的 聖經)'에 대해서도 비교적 쉬운 문장으로 문화혁명기간 정치적 활동가이자 희생자로, 또한 외부관찰자로서 느낀 자신의 경험을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희곡에서 출발한 그의 작품세계는 내면세계와 외부세계의 괴리 즉 '나'와 '너', 그리고 '그'와 '그녀'가 겪는 혼란과 광기에서 진정한 삶과 자유를 갈구하는 인간의 모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그의 작품세계는 희곡 '도망자들'의 경우처럼 중국의 권력자들뿐 아니라 민주주의 운동가들도 불편하게 만들었다. 가오는 아르또, 베르톨트 브레히트로 이어지는 서구 비자연주의 계열의 경향이 자신의 희곡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가오싱젠은 같은 처지의 중국 망명 작가로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명되어온 베이다오(北島)와 함께 미국에서 출간되는 중국 문학잡지 '경향(京鄕)'의 주요 필자로 활동중이다. 대부분의 그의 작품은 불어와 영어, 스웨덴어로 번역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탓에 그의 작품들이 아직까지 번역되거나 무대에 올려진 적은 없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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