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욕설 난무하는 교실

지난 10일 대구시내 중앙도서관 근처의 공원벤치에서 학생들의 얘기를 엿들었다."우와 빡이 터지겠다" "졸라 쫄아가꾸" "니도 따되기 싫으면…" "열라 짱난다" "야이 씨방새야!"….

약 20여분간 그들의 대화는 은어와 욕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졸라(×나게)''열라(열나게)'는 '매우'라는 뜻이고, '따'는 '왕따', '짱'은 '짜증'의 준말, '씨방새야'는 욕이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들도 수없이 양념처럼 들어갔다. 도무지 욕이 없으면 말이 안되는 것 같았다.

대구 모 고교 2년생이라는 이들 중 한 학생은 "우린 다 이런 식으로 얘기해요"라고 말했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얘기하느냐"고 묻자 "그럼요. 안 그러면 대화에 못 끼는데…"라며 이상스럽다는듯 쳐다봤다.

물론 이들은 기자가 우연히 만난 '입 험한' 학생들 중의 한 예이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씨×'처럼 전통적인(?) 욕설은 물론이고 '졸라'처럼 욕에서 파생된 온갖 신생 은어들이 요즘 청소년들에겐 일상어가 되다시피 자리잡은 것을 실감케된다. 서울에서 대구의 고등학교로 전학왔던 백모(19.서울 ㅇ대학 1년)양은 "한 반 친구들이 거친 욕설을 어찌나 많이 사용하는지 깜짝 놀라 한동안 적응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 모 중학교 이모(29) 교사는 한 학생이 "이 문제 '졸라' 어려운데…"라며 질문하는 바람에 혼비백산했다고 했다. "물론 좋은 말이 아니란 걸 애들도 알죠. 그러나 워낙 생활화(?) 되다보니 선생앞에서도 무심코 내뱉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이 교사가 전하는 몇 가지를 보면 "선생님 쟤 '좇나' 말 안 들어요" "쟨 같잖고 이 '지랄'"등이 있다. '이 지랄'은 말끝에 붙이는 관용어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치원생들에게조차 파급되고 있다.

또 남학교에서는 친구를 부를 때 '새끼'가, 여학교에서는 '씨X년'이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이미 욕의 범주를 넘어 일상어로 정착된 느낌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말투도 '전투적'이며 따지듯 한다"고 말했다. "조용히 하라"고 지적하면 "왜요?"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정도라는 것.

능인중 국어교사인 임전수씨는 "많이 지적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며 "입시스트레스 등 심신이 억압된 상태에서 과격한 용어로 스트레스를 풀어보려는 심리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대책을 묻자 "환경을 바꿔주고, 어린 학생들의 순수한 감성을 키워주는 방법 외엔 묘책이 없어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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