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결혼풍속도(하)-혼자사는 남자·여자

"초라한 듀엣보다 화려한 싱글이 좋다"공무원 박모(32·여)씨는 지난해 휴직계를 제출하고 유럽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서른을 넘긴 나이지만 결혼 대신 철저한 자기생활을 추구하고 있다. 박씨는 "혼자 지내는 게 편하다"며 "결혼하면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없어 독신으로 산다"고 말했다.

결혼정보회사 선우가 지난해 20~30대 미혼남녀 1천7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4%가 결혼은 선택 사항이라고 응답, '반드시 해야 한다' 32.8%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여기에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이혼 독신까지 포함하면 독신자는 날로 증가추세다.

경제기획원이 펴낸 한국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 85년 전체가구에서 독신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6.91%에 불과 했으나 95년 12.7%로 증가했다.

독신자 증가에 따라 혼인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혼인건수는 96년 43만4천900건, 97년 38만8천600건, 98년 37만5천600건에 이어 지난해 36만2천700건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반면 동거는 확산추세다. 지난해 사회복지재단 '사랑의 전화'가 네티즌 1천1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4.9%가 혼전동거에 찬성했다. 동거주선 사이트도 등장,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박사는 데이트만으로 서로의 성격, 성실성, 능력 등을 파악하기 어려워 결혼전 24시간, 7일동안 꼬박 붙어 지내보는 '24와 7의 법칙'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신자를 겨낭한 솔로산업도 번창하고 있다. 원룸주택, 도시락전문배달점, 모닝콜서비스, 낮시간 장을 대신 봐주는 쇼핑대행업, 1인용 소형가전제품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

독신은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적지않다. 독립심과 자신감, 그리고 남을 의식하지 않은 당당함이 있다면 독신생활이 적성에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독신이 반드시 즐거운 생활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대구지역에서도 비공식적 독신자모임이 결성돼 그들만의 결속을 다지고 있다. 김모(34·여)씨는 "한달에 1번 갖는 정기모임외에 수시로 영화, 연극관람, 산행 등 행사를 통해 독신생활에서 오는 고립감을 털어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음웨딩클럽 박정현씨는 "독신생활이 성공하려면 탄탄한 경제력과 애인, 동호활동의 3박자가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독신증가에 따른 가족주의 해체도 사회적 위험요소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족이 표방하는 공동체적 가치와 확산되고 있는 개인주의적 가치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

계명대 여성대학원 장승옥교수는 "독신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시각에서 출발해야 독신에서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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