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II -클린턴 방북과 우리의 대비

북한과 미국이 반세기의 적대관계를 청산, 새로운 관계를 수립키로 합의한 것은 한반도 평화 정착은 물론 동북아 안정을 위해서도 획기적이다.

12일 발표된 북·미 공동성명은 휴전협정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의 적대관계 청산과 함께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訪北)을 밝히고 있다. 이는 지난 53년 북한과 미국이 조인한 정전협정의 쌍방관계가 종결되고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 해빙무드가 촉진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앞으로 북·미관계 정상화가 남북한 교류협력과 평화구조 정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도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북·미관계 개선을 환영하면서도 쌍방간의 신뢰 구축이나 군비통제 같은 실질적인 긴장완화 조치없는 평화협정은 자칫하면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할 수 있다는 기우를 지울길 없다. 북한은 이번에 양국간의 관계 개선에 합의는 하면서도 '미사일 회담이 계속되는 동안 모든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않겠다'고 과거의 발사 유보 약속을 되풀이, 비장의 '카드'를 남겨두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경제협력과 교류, 인도주의 분야 협조사업을 챙기면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은 '미사일 회담이 개최되는 동안…' 유예하는 수준에서 미국과 합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우리는 현 시점에 서 북·미관계가 개선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은 환영하면서도 북한쪽이 항상 챙길 것은 챙기며 판을 깰 준비를 하는 소의 '벼랑끝 외교'에 매달리는데 대해 일말의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북한측이 이번에 그동안 남한측을 배제하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고 주장해온 것을 한걸음 양보해서 4자회담 논의를 수용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어찌보면 그동안 북한이 고집해온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정책을 수정했다는 의미에서 또 6·15공동선언의 실천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북한쪽이 굳이 6·15공동선언에서 평화협정이나 군사적 긴장완화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없이 미국과 직거래 하는 저의가 경제만 남한과 챙기고 정작 한반도 평화정착의 관건이 되는 본질적인 문제에서는 서울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것이다.

북미 관계의 진전이 남북관계의 진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4강에 미치는 외교적 파장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에 대해 면밀히 대처해야할 것이다. 이와함께 앞으로 북·미관계가 성립된 만큼 지금까지 북한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지속돼온 한·미 공조체제를 어떻게 개선해서 운용해야 할는지 검토할 것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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