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지난 87년 인권향상과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처음 후보에 추천된 이후 14년연속 추천된 끝에 이뤄진 경사다.박정희(朴正熙) 군사정권과 신군부의 철권통치에 맞서 고난과 시련의 세월을 보냈던 김 대통령이 처음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87년은 6월 항쟁을 통해 한국 민주화의 돌파구가 열렸던 해이기도 하다.
87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중남미 평화협정을 주도했던 아리아스 산체스 코스타리카 전 대통령. 올해 김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사람들의 명단에 산체스 전 대통령이 포함된 것은 흥미로운 인연이다.
노벨 평화상 추천자격은 노벨위원회 전.현직 위원과 노벨연구소 자문위원, 현직각료와 의원 및 국제의원연맹 소속 의원, 국제사법재판소 및 국제중재재판소 재판관, 국제영구평화사무국 집행위원, 국제법연구소 연구위원, 정치학과 법학, 철학, 역사학 전공학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으로 제한돼 있어서 추천되는 것 자체가 큰 영예이다.
지난해까지 13차례의 후보 추천은 주로 동교동계 측근 인사들을 비롯한 국내 정치인들 및 김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맺은 해외 각국의 진보적 인사들이 주축이 됐다.
김 대통령이 첫 후보가 됐던 87년에는 작고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지시로 독일 사민당(SPD) 의원들이 중심이 돼 추천장을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브란트 전 총리는 자신이 수상자라는 점을 감안해 직접 추천장에 서명하지는 않았다.
브란트 전 총리는 김 대통령이 사형선고를 받은 해인 80년 11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사회주의 인터내셔널 의장연설에서 김 대통령의 구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인연으로 국경을 뛰어넘는 동지가 됐다.
지난 90년의 경우 스웨덴 웁살라대 닐 엘반더 교수를 비롯한 스웨덴과 프랑스, 노르웨이의 학자, 정치인, 문인 35명이 김 대통령을 추천했고, 스웨덴 사회민주당소속 의원들이 추천 캠페인을 주도했다.
94년에는 이기택(李基澤) 당시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이듬해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과 당시 새한국당 대표인 이종찬(李鍾贊) 전 의원 등 99명이 추천했다.
또 98년에는 남궁진(南宮鎭) 현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한 당시 국민회의 소속의원 80여명과 처남인 이영작(李榮作) 박사 등이, 지난해에는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 107명이 추천장에 서명했다.
그러나 매년 100명 이상의 후보가 추천되는 높은 경쟁률과 노벨 평화상위원회만의 독특하고 엄격한 선정 기준의 벽에 막혀 노벨 평화상의 영예는 번번이 다른 이에게 돌아갔다.
13차례 고배를 마신 김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에 한층 다가선 것은 대통령 취임이후부터.
김 대통령은 흔들림없이 대북 햇볕정책을 추진, 분단 이후 최초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이끌어내고 시드니올림픽 남북한 동시입장으로 세계인의 박수와 찬사를 받았으며, 동티모르 파병 등 아시아지역 인권 문제에 적극 나서면서 올해는 발표전부터 '수상 0순위'로 꼽혔다.
또 지난해 7월 김 대통령이 '미국판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라델피아 자유메달을 수상한데 이어, 지난달 28일 노르웨이 베르겐에 본부를 둔 '라프토(RAFTO) 인권재단'이 주는 라프토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 예고편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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