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II-'문화축제'구조조정 요구된다

9월부터 막이 오른 시.군.구의 각종 문화축제들이 '문화의 달'인 10월에는 절정을 이뤘다. 이미 가을에 열렸거나 열릴 전국의 189개 축제 가운데는 전통에 바탕을 두거나 미래지향적인 축제, 민속축제와 복합축제, 그 고장이 배출한 인물을 주제로 한 경우도 있다. 90년대 초 지방자치제 이후 관의 주도에 의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가 경제난국으로 한동안 주춤했지만 올들어 예산이 다시 늘어나면서 경쟁을 벌이듯이 마련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축제들이 관광상품으로 졸속 운영되고, 특징과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엇비슷할 뿐 아니라 소모성 행사로 기울고 있어 구조조정이 요구되고 있다. 더구나 그 내용과 진행이 주민들과는 일체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하는 '행사를 위한 행사'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국제 규모의 '경주 세계문화 엑스포'가 열리고(11월 10일까지) 있으며, 대구의 '달구벌 축제'와 '섬유패션축제',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벌', 경주의 '신라문화제', 포항의 '문화가족 문화행사', 김천의 '삼도봉 만남의 날', '구미예술제', '상주문화제', 영주의 '소백문화제'와 '풍기 인삼축제', '영천문화예술제', 봉화의 '송이축제', 문경의 '경상감사 도임행차', 울진의 '백암온천축제' 등 각종 시.군.구 축제들이 줄을 이었다.

이 중에는 '경주 세계문화 엑스포'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벌' '봉화 송이축제' 등 특성이 두드러지고 규모가 크며 외국인들에게도 호응을 얻는 축제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군.구 축제들은 특화되지 않고 주민들의 호응도 얻지 못하는 '겉치레 행사'만 요란한 인상을 씻기 어렵게 했다.

축제가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려면 다른 축제와 구별되는 정체성이 우선 요건이다. 그 지역의 문화적 전통과 특성을 살리는 독창성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동참도 전제돼야 한다. 주민이 방관하는 축제는 허식과 의례에 지나지 않는다. 공동체를 고무하고 단합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일상의 삶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포만감을 안겨줄 때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그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생산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 조성, 시설의 완비는 축제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여주는 근간이 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차별화와 특화를 이끌어내는 전략과 문화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며, 경영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앞으로 저마다 특징과 차별성을 확보하면서 생산적인 축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롭고 슬기로운 구조조정이 따라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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