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무원 퇴출시험 울분

"시험에 떨어져 직장에서 쫓겨 나면 자식과 아내를 무슨 낯으로 대하겠습니까"14일 오후 2시 경북대 대강당 앞. 대구 구.군청 고용직 공무원 230여명은 정부의 형평성 잃은 구조조정에 항의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허옇게 쉰 머리와 주름진 이마에 '투쟁'이라는 붉은 띠를 맨 이들은 '직권면직 저지' 를 외치며 2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김모(37.대구시 서구 비산동)씨는 "함께 고통을 분담하자더니 최하위직에게만 고통 전담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균 나이 48세에 대부분 중, 고, 대학생 자녀들을 두고 있는 이들은 임용시험도, 진급시험도 아닌 '퇴출시험'을 치러야 한다. 사상 유례없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정부방침대로 시험을 시행하려는 자치단체장들에게도 울분을 토했다.

전모(50.대구시 달서구 두류동)씨는 "유독 힘없는 고용직만 쫓아내려 한다"며 "생계보장도 없이 나가라는 것은 도둑질하며 살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며 주장했다.공무원 직권면직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대구시지회 우태진(45) 회장은 "연봉 1호봉 삭감 또는 정년 1년 단축 등으로 공존을 모색하는 동료도 있는 반면 정부는 20여년간 국민에 봉사한 하위직 공무원을 헌신짝 버리듯 쫓아내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전국적인 연대투쟁, 시험거부 등을 통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하고 자리를 떴다.

"배운자나 못배운자나 차별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대접해 주고 하위직 공무원 처우를 개선해 주겠다고 대통령은 공언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식언하는 사람에게도 노벨평화상을 줍니까" 한 참석자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대통령을 비난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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