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 중동회담 "평화 되찾을까"

우여곡절 끝에 중동 정상회담이 당초 예상 보다 하루 늦은 한국시간 16일 밤 늦게 이집트 샤름 엘 세이크에서 열리게 됐다. 그러나 5차 중동전을 피하게 할 수 있을지 여부로 세계적 관심이 집중돼 있는데도 불구, 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아랍인들은 세계 곳곳에서 정상회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이스라엘 국민들은 세계 곳곳에서의 테러를 중단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번 회담의 중요성

이번 정상회담은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비유되고 있다. 분쟁의 불씨를 이 회담에서 꺼버린다면 중동은 냉각기를 거쳐 다시 평화협상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 못하다면 사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넘어 중동 전역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다시 없을 기회"라고 강조한 것도 '전쟁의 끝'이냐, '전쟁의 시작'이냐가 이번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뭔가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면 이번 주말에 열릴 아랍권 정상회담이 대신 행동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참여국들의 입장

이스라엘 편인 클린턴 대통령은 자기 이익 때문에도 유혈 충돌의 중단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음달 7일로 다가와, 중동 분쟁의 타격이 민주당 고어에게 심각하리라는 전망 때문. 구축함이 공격받고 유가가 폭등하는 반면 주가는 곤두박질 치는 상황을 막는 일이 발등의 불이 됐다.

팔레스타인 편인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과 요르단 국왕도 분쟁의 확산을 바라지 않는 쪽이다. 이미 자국으로까지 반이스라엘 시위가 악화돼, 이슬람 강경세력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는 실정. 만약 전쟁불사 분위기가 고조되면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고 있는 이들 두 나라의 입장은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아라파트 수반은 단순히 유혈사태를 끝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 입장이다.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건설이 최종 목표이기 때문. 그러나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을 내줄 생각이 없음이 밝혀졌다. 이것이 이번 충돌의 시작이기도 했다.

◇비관적 전망

위와 같은 사정 때문에 획기적인 제안이 없는 한 이번 회담에서 아라파트가 휴전에 합의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아라파트는 지금 유리해진 국제 여론을 업고 동예루살렘 확보,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등 목표를 성취하지 못할 경우 피의 분쟁을 끝낼 의사가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대신 그가 정말로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오는 21일 아랍 정상회담이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쟁 선포'를 다룰 이날을 그는 학수고대 해 온 것.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만큼 바라크 총리도 성과에 비관적이다. 15일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 조율을 위해 각료회의를 주재한 그는 팔레스타인 지도부가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타협을 이뤄 낼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회담 성과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팔레스타인측 협상 대표도 "큰 기대를 갖지 말기를" 당부했으며, 미국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역시 15일 정상회담을 위해 이집트로 떠나기 직전 "우리도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랍인들의 회담 반대 시위

중동의 강경 이슬람 단체들은 이번 정상회담에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참석하는 것을 반대하고 나섰다. 무장 과격단체인 하마스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히면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무장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PLO의 2개 급진 단체인 DFLP(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민주전선)와 PFLP(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인민전선) 역시 아라파트의 참석을 반대하면서 "아라파트의 참석은 인티파타(민중 봉기)의 목적을 약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집트에서는 수천명의 대학생과 고교생들이 정상회담 개최지가 이집트로 정해진 것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수천명의 고교생과 대학생들이 정상회담 개최 반대를 주장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성전'을 촉구했다.

스위스에서도 아랍인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이스라엘 규탄 시위를 벌이던 팔레스타인인들이 시드니 미국 영사관 난입을 시도했으며, 캔버라에서도 유대교 회당이 피습됐다.

◇불안 점증

이스라엘 정부는 15일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반 유대인 테러행위의 중단을 호소했다. 외무부는 이날 "유대인 교회에 대한 방화, 묘지 훼손, 유대인에 대한 공격, 낙서, 욕설 등 반유대인 테러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며, "테러를 즉각 중단시키고 관련자들을 처벌하라"고 관계 국가에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15일엔 레바논의 헤즈볼라 게릴라들이 스위스에서 예비역 공군 대령인 이스라엘 기업인 1명을 '생포'했다고 발표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지금까지 양측 분쟁으로 사망한 사람은 15일까지 107명으로 집계됐다.

◇회담 성사 확정

위와 같은 사정 때문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정상은 14일 오후 늦게야 조건 없는 참여에 동의,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 등의 기대 보다 하루 늦게 정상회담이 확정됐다.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확정 뒤 국영TV 성명을 통해 미국·이집트·유엔·요르단 등의 대표도 참가해 6자 회담으로 개최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중동 평화회담 진척으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양측간 폭력 중단 △유혈사태 진상조사 △폭력 충돌 재발 방지 △대화재개 방안 등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클린턴 대통령은 "길은 험난하며 상황은 아직도 매우 긴장돼 있다"고 우려했다. 팔레스타인측 협상대표는 "우리는 이번 회담에서 이스라엘이 우리 땅에 대한 침략을 중단하고 영토 봉쇄를 전면 해제할 것을 희망한다"며, 폭력사태 원인 조사를 위한 국제위원회 구성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국제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샤름 엘 셰이크에 가는 것이 아니다"면서, 아라파트 수반에게 폭력을 끝낼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거듭 요구했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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