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마르틴과 슈만은 '세계화의 덫'이라는 저서에서 '20대 80의 사회'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체 인구의 20%가 80%의 부(富)를 누리고, 80%는 거꾸로 20%의 부만 누릴 수 있는 사회에서 살아야 한다는 예측이다. 이렇게 되면 중산층은 무너져 버리고, 사회는 소수의 부유계층과 대다수의 빈곤계층으로 양분(兩分)된다. 이같은 불균형은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을 부른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영락없이 '20대 80'의 사회로 가고 있는가. 빈부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그 골이 깊어지기만 한다. 빈곤층은 탈출 가능한 '희망의 빈곤'에서 탈출이 어려운 '절망의 빈곤'으로 구조화되는 경향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 결과 20%의 가진 자와 80%의 없는 자로 나뉘어져 20%의 포만감 뒤에는 80%의 박탈감이 따르는 꼴이다. 경기 침체 속에서 소비가 현격한 위축세를 보이는 가운데도 외제 고가품 등의 매출만은 계속 크게 늘어나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백화점들은 대부분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주어 '마이너스 신장'을 보였고, IMF 한파에도 끄떡없던 서울 동대문 대형 패션몰들마저 올해 하반기 들면서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줄었으나 해외 유명고가품들의 판매 실적만은 30~200%까지 늘어났다. 고유가, 주가 폭락, 대우차.한보철강 매각 실패 등 국내 경제를 불안케 하는 요인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와중의 경기 불황이 오히려 소비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기현상'이다. 더구나 전문가들은 유통업체 경기가 구조조정의 찬바람이 또 한 차례 몰아칠 연말과 내년 초에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해 답답하기만 하다. 일찍이 공자(孔子)는 '적은 것을 걱정하지 않으나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한다(不患寡而患不均)'고 했다. 조주(趙州)도 '나를 취하면 더럽다(取我是垢)'고 했다. 특히 가진 자들이 깊이 되새겨야 할 말들이다. '20대 80의 사회'의 해결은 화급한 당면 과제다. 정부가 국민 기초생활 보장 대책을 서두르고 있기는 하지만 빈부 격차 해소와 중산층 육성에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해야 하리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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