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선거법 개정 의견' 배경

검찰이 15일 일선의 의견수렴을 거쳐 선거법 개정 의견을 내기로 한 것은 현행 선거법이 그만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15일 "선거가 '공정한 룰'에 근거한 게임이 돼야 함에도 이를 규율하는 현행 선거법은 그런 바탕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현역 후보는 의정보고회 등을 통해 거의 아무런 제한없이 사전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현역의원이 아닌 경우는 선거운동기간전 명함 몇장만 돌려도 처벌받도록 돼있다.

또 정당 소속 후보는 지구당 개편대회 등을 활용해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열려 있지만 무소속 후보는 그렇지 않다는 것.

이 문제는 선거때마다 제기되는 사안이지만 법집행 기관인 검찰이 그 심각성을 인정했다는 데 상당한 의의가 있다.

검찰은 이 때문에 이번 수사과정에서 사전선거운동 목적이 뚜렷하거나 명함 등을 조직적으로 살포하지 않는 한 비교적 관대하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회계책임자, 선거사무장 등이 징역형 이상 확정될 경우에만 해당 의원의 당선을 무효토록 한 규정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당선자들은 이를 악용해 합법적 자금집행은 회계책임자에게 맡기고 불법적인 것은 적발돼도 당락에 영향을 안주는 제3자에게 시키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

공소시효가 임박한 시점에서 남발되는 고소.고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공소시효 만료전 1주일여동안의 추가 고발이 10여건에 달했고, 심지어는 시효만료 전날 고발된 사례도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재정신청을 위한 요식적 절차로 보인다"며 "공소시효 만료 하루전에 고발하는 것은 수사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수사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고소.고발 시한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과기록 공개 범위와 절차도 개선돼야할 부분.

공개 범위를 금고 이상으로 제한, 벌금형을 선고받은 파렴치범들이 공개 대상에서 제외돼 전과 공개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번 공개때 폭력사범 등 파렴치범들이 상당수 있었지만 벌금형을 선고받아 공개대상에서 빠진 사례가 꽤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이 선관위 요청을 받은 후 지체없이 전과기록을 조회해 통보하도록 한 규정도 업무수행의 효율성 차원에서 보완해야 한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즉, 후보가 자신의 전과기록을 제출하고 검찰이 확인절차를 밟도록 하는 등의 개선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

검찰은 이번 총선에서 부적격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을 주도, 선거문화 개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은 시민단체의 선거운동 범위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지만 유권자의 판단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시민단체의 역할을 확대하는 쪽으로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또 공명선거 풍토를 흐리는 금품살포, 흑색선전 및 선거브로커 등의 근절방안에 관해서도 일선의 의견을 수렴, 구체적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점에서 검찰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지만 정작 칼자루를 쥔 현역의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인 만큼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검찰이 개정의견을 내는 것만으로도 선거법상의 문제점들이 공론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은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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