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넷 가전제품 시대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식기세척기, 커피메이커, 전자레인지 등등.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조만간 인터넷과 연결될 수 있는 가정내 가전제품들이라는 것.인터넷은 이제 컴퓨터로만 접속하는데 만족하지 못한다. 전기가 통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인터넷과 연결돼 보다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도와준다. 앞으로 모든 가전제품은 제조회사 뿐 아니라 다른 회사와도 인터넷을 통해 자동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인터넷이 가능한 냉장고에서 저녁을 위해 음식재료를 꺼내면 식료품 회사로부터 자동으로 요리법을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다. 또 요리에 가장 알맞은 오븐 온도를 자동 조절할 수 있다. 3, 4년 안에 인터넷 냉장고를 열고 식단을 짜고, 인터넷 자동차에 앉아 e-메일 확인하는 일이 낯설지 않게 될 것이다. 이같은 정보 가전기기를 이용한 전자상거래 규모는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1천100만명에 2억4천만 달러에 그쳤지만 2004년엔 8천900만명에 1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모든 가전제품을 인터넷으로 네트워크화하는 '인터넷 가전제품'이 등장하면서 많은 회사들이 새롭게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주 인터넷이 가능한 정보가전 개념의 인터넷 세탁기를 출시했다. 4.2인치 TFT LCD 화면창과 4M 비트 플래시메모리, 인터넷을 연결시키는 IOP 소프트웨어를 내장했다. 제품 구입시 제공되는 통신케이블을 통해 전용 홈페이지(www.dreamlg.com)에 접속, 원하는 세탁방법을 찾아 자료받기 버튼만 누르면 세탁방법을 지정할 수 있다.

미국 PC 제조업체인 네이다(Nada)PC는 최근 TV와 인터넷, DVD 플레이어를 하나로 통합해 부엌이나 가정에서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아이스박스(iCEBOX)'를 내놓았다. 케이블 모뎀에 연결이 가능하고 56K의 내장 모뎀을 사용할 수도 있다. 프린터 포트, 오디오, 비디오 잭을 갖춰 DVD를 대형스크린에서 보는 것이 가능하며, 비디오 카메라를 연결하면 가정용 보안시스템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또 리모트 컨트롤러와 무선 키보드도 포함돼 있다. 이와 비슷한 개념의 개인용 컴퓨터 대용제품으로 컴팩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출시한 아이팩(iPaq), 넷플라이언스사가 내놓은 아이오프너(i-opener) 등이 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는 냉장고 문에 웹패드(Webpad)를 장착시켜 온라인 방식으로 식료품점과 연결, 별도 주문을 하지 않아도 부족한 식품을 다시 채워넣을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샤프사는 지능형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을 선보였는데 인터넷에서 조리법을 다운받고, 조리법에 따른 자동 조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그러나 과연 이런 인터넷 가전제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얼마나 환영받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에서 이리 저리 쇼핑하는 즐거움과 자신만의 요리비법을 갖고 식사를 준비하는 즐거움을 정보가전기기에 뺏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가전기기 중 내장형 인터넷 기술을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제품도 있지만 전혀 필요없는 제품도 있다. 일각에선 지나친 내장형 인터넷 장착 붐이 소비자들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단지 기술을 과잉 적용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란 비난도 있다. 최근엔 반도체 기술의 급속한 발전 덕분에 초저비용으로 인터넷 접속기능을 해당 가전제품에 이식할 수 있다.

이들 인터넷 가전제품의 효용성을 두고 전문가들의 이견도 많다. 알람시계와 커피 메이커가 정확한 시간에 서로 통신해 커피를 끓이도록 하는 기술을 예로 들어보자. 아직 많은 사람들은 커피를 끓이는데 과연 네트워크와 자동화 기술이 필요한 지 의문스러워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손수 커피 메이커를 작동시켜 향긋한 커피 한 잔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여유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동으로 새로운 세탁방식이 업그레이드되는 세탁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새로 개발된 옷감을 세탁기가 인식해 그에 맞는 세탁법을 다운받는다는 것인데 가정에서 1, 2벌씩 따로 세탁할 여유가 있는 주부가 얼마나 될까. 식료품을 자동 주문해주는 냉장고의 경우 만일 특정회사 제품이 먹기 싫어지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갑작스레 집을 며칠 비우게 되면 첨단의 자동주문기능은 오히려 걸리적 거리게 된다.

이처럼 자동화된 가전제품은 대다수 사용자들에게 그다지 유용하지 않을 뿐더러 단순함과 편리함 사이에서 갈등하게 만든다. 때문에 인터넷과 자동화 기능은 사용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전제품에 장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탁에서 간단한 조작으로 웹 검색이 가능하고 뉴스를 듣는 기능, 전화번호부책을 뒤적이지 않고 쉽게 전화번호를 찾는 전화기, TV 스케줄과 프로그램 내용을 자세히 검색할 수 있는 인터넷TV, CD에 담긴 음악관련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주는 오디오 등은 어떨까.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효용성이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소비자들은 별로 색다른 기능도 없으면서 인터넷 접속만을 요란스레 광고하는 제품을 가려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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