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과 함께 하는 교육살리기

---이것부터 바꿉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거나 길러본 부모들의 고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상당수가 '청소' 문제를 얘기한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부모들에게 가장 먼저 떨어지는 과제는 교실 청소. 맞벌이라든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부모들이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청소를 한다.

집에서도 청소를 안해본 초등 저학년생들에게 책·걸상을 옮겨가며 해야 하는 교실 청소가 벅찬 것은 사실. 학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학부모들도 여기에는 공감하지만 문제는 학교와 교사들이 학부모들의 교실 청소를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다는 데 있다.

한 학부모(대구시 수성구 범물동)는 "학부모가 학교 청소부는 아니지 않느냐"고 흥분했다. "수시로 전화해서 청소하러 오라는데 어떤 학부모는 일주일에 두세번씩 학교에 불려갑니다. 못가는 학부모들은 유·무형의 다른 방식으로 노력봉사를 합니다. 교육을 한다는 학교와 교사들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그렇다면 교사들 가운데 학부모들과 함께 교실 청소를 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없지는 않겠지만 그런 교사들은 "정말 좋은 선생님"이라고 금새 소문이 나는 걸 보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학부모들은 "교실을 아이들만 쓰는 게 아니잖아요. 교사가 하루를 보내는 공간이 바로 교실인데 왜 스스로는 청소를 하지 않습니까. 업무가 바쁜 경우야 어쩔 수 없겠지만, 학부모들은 땀을 뻘뻘 흘리는데 교사들끼리 휴게실 같은 데서 잡담이나 하고 있는 걸 보면 자식 키우는 게 무슨 죄 같아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청소는 학생들이 직접 하게 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공개수업이나 장학지도. 교육청 장학사나 외부 손님이 학교에 온다고 하면 며칠 전부터 학교가 떠들썩해진다.

하지만 아이들은 안다. 교사도 알고 장학사도 아는 그럴 듯한 '연극'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들이 고생한다는 사실을. 이런 청소에도 교사가 직접 나서지는 않지만 감독과 검사는 어느 때보다 철저하다. 생활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청소 지시에 열을 올리는 교사들을 보며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여기에 화분이나 벽걸이 따위를 학생들에게 가져오게 하거나 학부모에게 전화로 요구하는 일까지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장학지도가 오히려 교육에 악영향을 미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되고 마는 것이다.

학부모 이모(37·경산시 사월동)씨는 "장학사가 교실에 있는 시간이 10분이 채 안 되는데 청소다, 환경정리다 며칠씩 애들을 고생시키는 걸 보면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도 일종의 교육인데, 아이들이 유리창을 닦느라 매달리고 바닥에 엎드려 물을 덮어쓰는데 담임 선생님은 뒷짐을 지고 애들을 닥달하는 걸 보면 정말로 학교에 보내기 싫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임성무 대구월곡초등 교사는 "청소 문제에 대해 대부분 교사들이 잘못된 관행을 당연시하는 버릇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작은 부분부터 교사가 먼저 바뀌어야 학부모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직업에 대한 생각바꿔야

21세기는 직업 대변혁의 시대이다. 우리 사회도 IMF 구제 금융 이후 직업에 대한 기존의 관념이 크게 바뀌고 있다. 명문 대학을 나와 유명 기업체에 입사하여 주어진 일만 잘 하면 장래가 보장되던 시대는 갔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일을 수동적으로 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자기 개발에 힘쓰며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지적 유연성과 탄력성을 가져야 한다.

이제 직업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노동력을 팔아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는 계약적, 경제적 개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일을 통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며, 사회적으로 유용한 공헌을 한다. 직장은 자신의 실존을 확인하는 생동감 넘치는 적극적인 삶의 공간이다.

산업 사회에서는 자본가, 기술자가 파워 그룹을 형성했으나,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 그룹이 파워 집단으로 부상하게 된다. 정보화 사회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사회, 정보 ·문화·시간이 중요 자원이 되는 사회이다. 산업 사회에서는 관리(management)가 핵심적 요소이지만, 정보화 사회에서는 전략(strategy)이 중요하다. 어느 직종에서든 정보와 지식을 생산, 가공, 전달, 평가, 보관하는 경쟁력 있는 전략이야말로 성패를 판가름짓는 주요 요소가 될 것이다.

21세기 직업 대변혁의 시대를 맞아 어떤 자질과 능력을 배양해야 할 것인가. 첫째는 창의성을 개발해야 한다. 주어진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일 자체에 창조적으로 정성을 쏟아 붓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둘째, 인간미가 풍부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모든 지식과 정보의 원천은 사람이다. 섬세한 감수성과 인간미를 가지면 탁월한 재능과 능력을 가진 사람을 나에게 호의적으로 대하게 할 수 있다. 셋째, 모든 일에 스스로 책임을 지고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 스스로 찾아 하지 않으면 버티기가 힘들 것이다. 넷째, 인문학적인 교양과 상상력을 배양해야 한다. 최고의 직업 교육은 인문교육이다. 창의력과 세련된 품위의 전제가 고전에 관한 교양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청소년의 진로 지도에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능시험을 치고 나서야 학과를 졸속하게 선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진로 지도가 공부보다도 더 중요하고 절박한 과제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윤일현(일신학원 진학지도실장)

---체험일기

처음으로 사람을 상대로 하는 봉사활동에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달서구 진천동에 있는 대구 성로원.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매우 크고 깨끗한 건물이 오히려 나를 긴장시켰다. 약간의 절차를 거치고 동아리 친구들과 봉사활동을 몸으로 실감했다.우선 우리가 한 것은 빨래 정리. 방대한 양의 세탁물들을 보니 눈앞이 빙 돌았다. 다른 건물로 가서 복도 등을 청소하고 시간이 남아 할머니들께 안마를 해드리고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할머니들의 몸은 하나같이 고목나무처럼 굳은살이 배기고 쭈글쭈글하며 몸이 약해지셔서 마치 나무젓가락을 잡고 있는 듯했다. 할머니들은 거의 몸이 성하신 분이 없고 허리나 다리 등 온몸이 아프시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이 자식들을 키우느라 고생한 결과인데 지금은 이렇게 양로원에서 생을 보내고 계시다니 가슴이 허전하고 왠지 착잡했다.

어느새 마지막 일거리인가 보다. 저녁시간이 돼 우리 모두는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식당으로 오시거나 방에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식사와 물을 가져다드리고 정리를 하고 설거지를 했다. 와, 설거지가 장난이 아니다. 생전 이런 설거지는 처음 해 보는 것이다.

설거지까지 끝내고 나니 어느 새 가야 할 시간.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갈 줄이야. 할 일 없이 빈둥댈 때는 남아나는게 시간인데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면 모자라기 그지 없는 것이 시간이다. 항상 봉사활동이란 할 때는 어서 빨리 끝내고 싶지만 하고 나면 더 잘할 걸 하면서 후회하는 것이다. 아쉬움을 남기고 우리는 떠났다. 아니 다음에 또 올 것이다. 다음에는 정말 더 열심히 해서 여기 계시는 분들의 맘에 쏙 들게 할 것이다.

이수진(중리여중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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