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출신 시인 허만하(68)씨가 산문집 '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를 펴냈다.
1957년 '문학예술'지 추천으로 등단한 그는 69년 첫 시집 '해조'를 발표한 이후 30년만인 지난해 두 번째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로 관심을 모은 원로시인. 이번 산문집은 "그간 시를 찾는 순례의 길 위에 남긴 발자국 가운데서 34편의 산문"을 엮은 것. 따라서 일상과 주변에 대한 감상과는 거리를 두고, 인간과 예술의 실존적 의미에 대한 탐구라 이름할 수 있는 글들이 빼곡이 담겨 있다.
이번 산문집 전반에 걸쳐 독자들은 그의 예술혼과 교유하는 시인, 예술가들, 그리고 그들의 작품들의 뿌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시인이 시와 예술의 본질을 찾아가는 도정에서 만난 릴케와 화가 세잔느·고흐·벤 샨 등과의 교감, 한 조각의 기와에서 읽어내는 풍경과 표정이 글 속에 생생하다. 또 부산의 한 다방에서 외로이 잠든 듯 숨진 시인 전봉래의 사연과 해방후 최초의 조선어 시집으로 짐작되는 '조선미'의 주인공 이태환을 찾아가는 지적 탐험, 해방 전후의 역사에서 굴절을 겪은 농부시인 권환의 삶, 화가 이인성, 박수근, 청마 유치환, 프랑시스 퐁주 등이 그의 글 속에 되살아난다.
그의 글들은 30년간 묵혀오다 세상 빛을 쬔 응축된 언어들이 좀 더 편한 산문체로 풀려가면서 한 시인의 내면 풍경을 엿보게 하고, 깊은 정신의 세계와 예술적 향기를 맡게 해준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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