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지난 10·1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와 로마에서 잇따라 열렸던 대구시립국악단의 순회연주는 우리 공연예술이 세계로 뛰어들기 위해 넘어야할 벽이 아직도 높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시험대이기도했지만 '지방공연단체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수 있었던 기회였다.
세계 공연예술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 무대의 높이를 피부로 절감시킨 것은 '우리 소리'를 들으러왔던 현지 관객숫자. 무료공연이었지만 첫 공연인 밀라노에서는 약 150명, 로마공연장에서는 이보다 조금 많은 180여명 내외의 실망스런 관객입장 기록을 보였다.
공연장 사정까지 열악해 로마공연의 경우, 공연시작 10분전 갑작스런 정전으로 공연시작 시간을 30분이나 넘겼다. 이 때문에 현지시각으로 밤 9시30분에 시작한 공연은 예정된 종료시간을 훨씬 지난 밤 11시를 넘겨서야 마쳤다.
게다가 로마 공연장은 무대까지 비좁아 국악관현악 연주가 불가능할 정도였고 일부 연주자들은 악기를 들고 무대 아래로 내려와 객석 바로 앞까지 나서 자리를 잡는 촌극을 연출했다.
밀라노 공연을 보러 왔던 유학생 이한성(34)씨는 "현지 한국인들에게조차 2~3일 앞두고서야 공연일정이 알려질 정도로 홍보가 되지 않았다"며 "이탈리아 사람들은 월·화요일 저녁시간대에 집에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공연이 이 기간에 이뤄진 것도 관객동원에 실패한 이유가 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대구시립국악단의 이번 '해외원정'은 관객동원 등 외형적인 면에서 여러 허점을 노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공연예술을 주도하는 유명 공연기획자와 공연행정 최고 책임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데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이번 공연을 후원했던 '원덜스 드림스'는 대구시립국악단의 '정재'공연을 다시 한번 공식 초대했다. 상업적인 흥행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현지에서 내려진 것이다.
'공식 초대'란 항공료를 포함, 보상비까지 모든 예산을 공연기획사가 부담하는 것. 이번 이탈리아 공연에서는 항공료를 제외한 모든 예산을 후원받지 못했었다.
또 유럽연합(EU)의 문화체육담당 책임자가 로마공연장에 나와 향후 유럽지역 국악공연을 희망했고 이탈리아의 유명 공연기획자가 해외공연 스폰서를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 공연을 추진했던 이탈리아 공연기획자 마우리치오 마티아씨는 "대구시립예술단의 공연과 관련, 한국대사관조차 전혀 움직여주지 않았다"며 "같은 나라 사람들도 도와주지 않은 상황에서 이만한 성과를 낸 것은 결코 작은 수확이 아니다"고 말했다. -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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