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현실적응 실패

발명왕으로 널리 알려진 에디슨(1847~1931)의 말년은 피곤한 세월이었는가 보다. 전구, 영사기 등 1천300건이 넘는 발명품을 내놓은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70세를 넘어서부터는 실책을 거듭했다고 한다. 세아들이 설득하다 끝내 실패하자 아버지 뜻과 다른 집단행동이 나서는, 요새로 치면 일종의 '왕따'를 당했다. 70세가 되어서도 하루 잠자는 시간이 4~5시간일 정도로 일에 몰두했으되 경쟁에서 처졌다. 대표적인 현실적응실패 사례는 축음기 생산과 고무제조로 친다. 라디오방송이나 전기식 레코드 플레이어의 시장성을 무시한채 축음기 생산에 매달렸다. 에디슨은 70대 후반, 축음기 제작을 그만두고 라디오제조에 나섰지만 수백만달러의 손해를 보고 공장문을 닫았다. 80세가 되자 에디슨은 고무제조에 나선다. 미국내에서 자생하는 식물에서 고무성분을 추출하는 일이었다. 제조과정이 복잡했고 무엇보다 질이 형편없었다. 고집과 과신(過信)이 빚은 결과일 것이다. 폴란드 민주화 영웅인 레흐 바웬사가 최근 기민당대표직을 사임했다. 대표직 사퇴는 지난 8일 대통령선거에서 1%에 못미치는 치욕적인 득표율이 빌미가 됐다. 노벨평화상 수상(83년)에다 대통령(90년)역임도 현실정치 참패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95년 대선패배후 정계를 떠났다가 98년 정치활동을 다시 시작했지만 폴란드에서 가장 인기없는 정치인으로 몰락했다. 근본원인은 정치스타일에서 해답이 나온다. 거친 언행에다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고 일처리가 효율적인지 못하다는 평판을 받았다고 한다. 위대한 사람도, 잘난 사람도 외고집 때문에 지금까지의 평가가 절하되기 일쑤다. 지난 세월의 성공에 대한 과신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입방아에 오르기 마련이다. 고대앞에서 14시간이나 버틴 '전직대통령의 오기'와 "이 사태 뒤에는 DJ와 김정일이 있다"는 엉뚱한 발상의 언행은 적절치 못한 현실적응으로도 비쳐진다. 현실판단은 그만큼 어려운 일인가 보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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