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시장 잦은 해외 나들이,'외교인가 외유인가'

문희갑 대구시장이 16일 또 출국했다. 이집트.요르단.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시장개척이 출장 목적이다. 해외시장개척단장 자격으로 출국은 지난 95년 시장 취임 이후 12번째다. 이를 포함해 5년간 해외출장은 공식적으로만도 20여회를 넘는 기록이다.

문 시장은 올들어서만 벌써 8번째 해외에 나갔다. 이달들어 2일부터 8박9일 일정으로 영국과 프랑스를 방문한 데 이어 이번 중동 일정이 11박12일이니 10월 한달을 거의 해외에서 보내는 셈이다.

이같은 문 시장의 잦은 해외 나들이를 두고 입방아를 찧는 여론이 만만찮다. 엉망인 지역경제, 산적한 각종 현안을 뒤로 하고 걸핏하면 해외로 나가버린다는 것이다. 지난 1월말 신남네거리 지하철 붕괴사고가 터졌을 때도 공식일정을 이유로 중국 닝보로 그대로 떠난 데 대한 비판여론이 아직도 남아 있다.

더욱이 지난 3월초 밀라노와 브뤼셀, 10월초 런던과 파리방문은 '외유성' 혐의가 짙다는 지적이다. 문 시장의 해외출장 때마다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대구시가 이 때만큼은 홍보를 자제하는 인상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특히 런던과 파리방문 때는 출국직전까지 '보안'에 신경을 썼고 관례적인 방문성과 브리핑조차 없었다. 이 때문에 문 시장이 주기적으로 골치아픈 '현실'을 떠나 해외에서 머리를 식히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여론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부지런하고 꼼꼼한' 문 시장이 잠시라도 쉴 수 있는 시간이 해외출장때 말고 또 있느냐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대해서도 불만인 '충성파' 공무원들이 있다.

해외출장 때 새벽부터 밤늦은 시각까지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하는 문 시장을 알면 험담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목청을 돋운다. 올들어 8번의 해외출장도 모두 시장이 참석해야 하는 자리였다는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대구시청 공무원들은 문 시장처럼 해외로 나가 견문을 넓힐 기회가 별로 없다. 외환위기 이후 선진외국 비교연수 제도가 폐지되면서 96년 354명, 97년 183명이던 해외출장자가 98년 41명, 99년 72명, 올해는 87명이 고작이다.

올해 해외출장 인원이 조금 늘어난 것은 U대회 유치와 월드컵 경기장 건설관련 출장자가 많았던데다 출장이 잦았던 문 시장을 수행한 공무원 수가 적잖게 포함됐기 때문이다.

조영창 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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