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II-연.기금을 證市에 퍼넣다니

주가폭락 때마다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연.기금의 증권시장 동원이 이번에도 증시의 폭락장세에 때맞춰 제기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항상 말로만 끝났기 때문에 투자가들은 정부의 공수표에 불만을 가졌지만 이번에는 증시에 주도적 매수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증시부양책으로 이를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관심과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적자기금에 대해 혈세로 보전하는 입장에서 또 주식투자로 연.기금의 적자가 누적되면 국민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연.기금을 증시에 퍼넣을 경우 정부가 의도한대로 증시가 부양될 것인지도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여력부족, 외국투자가의 증시이탈, 개인투자가의 투자손실 등으로 폭락장세에 있는 증권시장에는 주도적 투자자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증시 활성화대책으로 연내에 1조5천억원 규모의 연.기금 주식투자펀드를 조성하고 내년후 20조~30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그같은 의도를 보여준 것이다. 일부에선 이같은 방식이 투자심리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증시투자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일 경우에는 연.기금의 증시투자는 건전한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침체장세에선 연.기금 펀드를 조성해서 자금을 푼다해도 반드시 증시가 안정을 되찾으리란 보장은 없다. 지금의 증시침체는 구조조정의 부진과 정부정책의 불신이 근본 원인인 만큼 연.기금 펀드의 투자만으로 해결이 어렵다.

그러잖아도 연.기금의 운용은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중시해야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기금관리기본법이나 기타 특별법들이 주식투자를 엄격히 제한해왔던 것이다. 증시폭락이 다급하다고해서 편의적으로 법을 고쳐가며 장래가 불투명한 증시에 거액의 연.기금을 털어넣어 손실을 입는다면 수습하기 어려운 국민적 부담을 지게될 것이다. 과거 증시부양을 위해 동원했던 각종 증시부양자금이 실효를 거두지못하고 흔적없이 사라진 경험은 아직도 생생하다. 매달 수조원씩의 회사채만기상환이 돌아와 자금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마당에 연.기금 동원은 자칫 단솥에 물붓기가 되고말 것이다.

더욱이 기금의 주식투자를 대규모화하면서도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묻지않겠다고 한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연.기금을 꼭 증시에 투자하겠다면 먼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상품을 개발하고 연.기금 내부에 증시투자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어떤 명분으로도 연.기금을 축내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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