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세 할아버지와 69세 할머니 노부부도 결혼식은 설레었다. 할아버지 신랑은 빛바랜 양복을 깨끗이 다려 입고 입장했고 난생 처음 면사포를 쓴 할머니 신부는 볼에 홍조를 머금었다.
"그동안 가슴 한켠을 짓눌려 왔던 응어리가 말끔히 사라져 시원합니다"17일 낮 12시, 포항시 북구 청하면 노인무료요양시설 정애원에서 뒤늦게나마 첫 결혼식을 올린 노인 부부 9쌍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결혼식은 사회복지법인 '열린가람'이 생활이 어려워 평생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아온 노부부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 가족과 친구 등 1천여명이 참석, 늦깎이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했고 성타 불국사 주지 스님은 "남은 여생동안 더욱 사랑하고 화목하게 살길 바란다"는 내용의 주례사를 했다.
결혼식후 손을 꼭 잡은 이들 노부부들은 이날 오후 4시40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2박3일간의 신혼여행길에 올랐다. 이날 결혼식과 신혼여행 경비 등 일체 경비는 열린가람이 부담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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