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압 변류기 사용금물,잇단정전. 화재 폭발사고 등

고압 전기를 사용하는 대부분 건물에 설치된 계기용변압변류기(MOF)가 적정 사용기간을 넘겼는데도 건물주의 무관심으로 방치돼 잦은 정전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대중이 이용하는 건물에 설치된 이들 노후장비는 폭발로 인한 화재 위험, 전산시스템 마비, 승강기 등 전기기기의 순간 정지로 인한 인명사고 등 갖가지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데도 법적인 제제조치마저 없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MOF의 경우 정부가 지난 87년 규제 철폐 차원에서 당초 7년으로 돼 있던 사용연한을 폐지, 안전을 도외시한 무분별한 규제폐지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 건물주들이 경비 절감 차원에서 낡은 장비를 교체하기는 커녕 안전점검조차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전력도 사고 가능성을 알고도 법적인 규제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실태조사만 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낡은 MOF의 폭발로 인한 정전사고는 전체 사고건수의 25%를 차지, 까치 등 조류나 취급 부주의에 따른 사고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17일 오후 4시50분쯤 대구시 중구 남산1동 광명빌딩내에 설치된 MOF가 폭발, 빌딩은 물론 인근 계산동, 동산동 지역 900여 가구에 전기공급이 약 1시간 중단됐다.

한전 대구지사 관계자에 따르면 폭발사고 전에 파열음과 함께 수차례 순간정전이 발생했는데도 건물내 전기담당자가 미리 조치하지 못한 탓에 사고가 커졌다는 것.

특히 이날 정전 피해가 커진 까닭은 대구 도심처럼 전선 지중화가 돼 있는 대도시 중심부의 경우 전력공급선로를 바꿔주는 자동배전선로나 자동개폐기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선 지중화 구간내 자동장비 설치는 2002년에나 시행될 전망이다.

이처럼 고압전류를 공급받는 수용가의 장비 결함으로 배전선로가 마비되는 사고를 '파급고장'이라 부른다. 지난해 대구지역의 전체 정전사고 304건 중 25.3%에 이르는 77건이 바로 파급고장에 의한 것이다. 올들어 9월까지 발생한 파급고장도 11건에 이른다.

특히 전산시스템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순간정전을 포함할 경우 파급고장으로 인한 정전사고 비율은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 한전측 설명이다.

MOF 사용연한 폐지 전에 파급고장은 전체 정전사고의 3~5%에 불과했으나 규제 폐지후 10년을 넘어서며 고장사고 발생률은 매년 20%가량 증가세를 보여왔다.

한전 대구지사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구 도심 건물에 설치된 MOF의 25%가 사용연한을 넘겼으며, 신축 건물을 제외할 경우 대다수 건물이 노후된 MOF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비율은 전국적으로 비슷하다는 것.

한전 대구지사 관계자는 "MOF로 인한 파급고장 비율이 급격히 늘었는데도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며 "현재 산업자원부에 사용연한 규정을 다시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한 상태지만 정부측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 MOF(Metering Out Fit ; 계기용변압변류기) = 일반 가정에선 220V 전기를 공급받지만 대형건물은 2만2천900V 고압전기를 그대로 공급받는다. MOF는 건물 내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전압을 적정수준으로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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