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약탈문화재 반환길 차단

김대중 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19일 외규장각 도서반환 원칙에 합의했으나 그 방법이 사실상 프랑스가 그동안 주장해온 '등가교환'이라는 점에서 문제를 해결했다기 보다는 더 많은 문제를 양산한 것으로 지적된다.

두 나라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외규장각 도서를 오는 2001년까지 반환을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반환방법이 무조건적인 반환이 아니라 프랑스측이 약탈해간 유일본 60여권을 비롯한 외규장각 도서 297권을 반환하고 이에 상응하는 한국 문화재의 장기임대 교류 형식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등가교환과 같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등가교환이란 외규장각 도서를 국내로 반환하는 대신에 국내에 소장 중인 비슷한 가치를 지닌 우리 문화재를 대신 프랑스에 내주는 방식을 말한다.

이번 외규장각 반환에서는 등가교환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대신 장기임대 교류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는 말치장일 뿐 등가교환과 다름없다고 서울대 백충현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 명칭이 등가교환이든 장기임대 교류 형식이든 이런 식으로 외규장각 도서반환이 결정된다면 다른 우리 해외약탈 문화재가 국내로 반환될 수 있는 길이 영영 막혀 버리게 된다고 서울대 국사학과 이태진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는 이런 형식의 문화재 반환은 "우리 정부가 1백30여년전에 일어난 프랑스 함대의 문화재 약탈행위를 합법적인 행위였다고 인정해 주는 꼴이 되고만다는 데에 가장 큰 심각성이 있다고 두 교수는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설사 임대 교류 형식으로 결판이 난다 해도 산적한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현행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정부가 스스로 이런 불법행위를 앞장서야만 하는 이상한 꼴이 되고 만다.

또 우리 문화재를 빌려준다고 했을 때 어떤 도서를 내줄 것인가도 문제로 지적되는데 외규장각 원래 주인인 서울대 규장각이나 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 소장 도서가 우선 그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규장각과 장서각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규장각 정옥자 관장은 "외규장각 도서는 무조건적인 반환밖에 없으며 우리 도서관 소장 도서는 절대로 내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반환협상 한국측 한상진 대표가 원장으로 있는 정문연 장서각 또한 절대로 프랑스에 소장 도서를 빌려줄 수 없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