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올해(8.9%추정)보다 뚝 떨어진 5.4%선에 이르고 물가도 올해 2.5%에서 3.7%로 껑충 뛸 것이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어두운 경제전망은 정부당국의 인식과는 상당한 괴리를 느끼게 한다. 통계청을 비롯한 정부당국은 한달전만해도 생산과 설비투자가 호조를 보여 현재의 경기는 일시적 조정국면으로 분석했던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KDI는 철저한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의 불안요인을 제거했을 때 그나마 그같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반면 기업.금융부실을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경제는 결정적 타격을 입는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두 갈래의 경제전망에서 증권시장이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고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선 아무래도 KDI의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내년도 경제전망이 어두운 것은 굳이 연구기관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포드의 대우차인수 포기, 한보철강 계약파기 등에 이어 현대그룹사태로 금융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는 현상은 금융불안이 실물부문에 옮겨가는 것으로 판단돼 벌써부터 경기위축을 가져오고 있다. 게다가 미국증시가 침체되고 동남아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 국제유가 폭등, 원자재값 상승 등은 우리경제의 외부환경을 악화시켜 놓았다. 일부에선 제2의 경제위기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것이 그때문이다. 이같은 경제침체는 지방의 경우 이미 환란직후와 같은 한파가 몰아치고 있어 우려수준을 넘어 피부로 느끼고 있다.
경제의 외부요인은 어쩔 수 없는만큼 국내요인이라도 최대한 다잡아 경제난을 최소화 해야할 것이다. 먼저 금융.기업구조조정을 철저히 하라는 KDI의 충고는 정부도 올연말까지로 시기적 목표를 잡고 있을 정도로 다급함을 알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정부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적 협조가 필요한 것이다.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과 기업주는 과감하게 퇴출시켜야하고 1차구조조정 때처럼 경제외적 요인이 끼여들어서는 안된다. 구조조정과정에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는 것도 철저히 경계해야한다. 고용조정에서 발생하는 실업인구에 대해선 사회안전망이 작동되게 해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로자의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판에 물가가 오른다면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근로자의 임금인상요구가 제기되고 그것이 노사불안으로 이어진다면 경제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정부는 KDI의 전망과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여 당면하고 있는 경제난을 슬기롭게 극복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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