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이버교육 유효하나

사이버교육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 확대와 인터넷 이용자 증가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고 교수 기법, 수업 컨텐츠 등을 넓히는데 기여한다는 호평도 받고 있다. 그러나 교육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게 우리네 정서. 무턱대고 자녀들에게 시키다가는 공부는 물론 컴퓨터에 대한 흥미까지 떨어뜨리고 사교육비만 늘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가 높다.

실효성이 있나

지난해 2학기 서울 모 업체에서 사이버 모의고사를 실시한다는 광고가 나오자 며칠만에 수만명의 학생이 응시하겠다고 달려들어 교육계 관심이 집중됐다. 교육부가 사설기관 모의고사를 금지했지만 개별적인 응시는 막을 수 없는 상황. "사이버 모의고사가 수능시험 준비에 쫓기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몇개의 업체가 사이버 모의고사에 뛰어들었다. 금세 입시계의 새로운 물결로 자리잡을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단 한번의 시험에서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혼자서 시간을 재 가며 전 과목을 다 치렀다는 학생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학생들은 "혼자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치르는 시험으로는 도저히 시험치는 기분을 느낄 수가 없다"며 투덜거리고 이내 발길을 돌렸다.

이는 비단 모의고사만의 현상이 아니다. 사이버교육의 실효성에 대해 교육전문가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제기하는 의문은 '대면(對面)'이 아니라는 점이다. 교육은 무릇 교사와 학생이 얼굴을 맞대야 한다는 고전적인 교육방법론에 근거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사이버교육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동영상과 음성, 쌍방향성을 내세우고 있다. 모니터를 통해 강의하는 모습을 보고 들으며 즉시 질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40명이 넘는 교실보다 더 밀도 있는 강의를 할 수 있다고 반론한다.

하지만 교육이 갖고 있는 일종의 강제성, 반대로 말한다면 피교육자의 자발성을 사이버교육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가뜩이나 하기 싫은 공부를 혼자서 과연 얼마나 모니터를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집중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도 사이버교육은 스스로 공부할 열의가 있는 가상대학 등에서 일부 성공을 거두고 있을 뿐이다.

사이버교육 사이트들은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오락적 효과를 가미하고 공부 외에 동호회나 실시간 채팅 등 학습자를 끌어들이는 유인체제를 마련해 두고 있다. 이 역시 공부보다 엉뚱한 데 몰두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게다가 아직 청소년들의 사이버문화가 올바르게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한 커뮤니티 활동이나 무책임한 채팅 등이 만남으로 이어질 경우 상상할 수 있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사이버교육이 교실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 교사 한 사람이 수십명의 학생을 가르치다 보니 개별 학생의 능력이나 요구에 수업수준을 맞추지 못하는 게 교실교육의 가장 큰 문제라면 사이버교육 역시 이 단계를 완전히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

어떻게 활용하나

사이버교육의 효과가 아무리 의문스럽다 해도 쏟아지는 광고와 언론보도를 보면서 학부모들이 완전히 외면하기는 힘들다. 자녀들이 해보겠다며 요구할 때는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잘못 선택하면 부작용만 낳는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학부모도 같이 둘러보며 사이트의 장·단점을 비교해보고 자녀의 수준과 요구에 맞는 곳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먼저 피해야 할 유형은 '잡화점'식 사이트다. 초등1학년부터 고교3학년까지 전 학년의 모든 과목 강의를 완비했다는 선전문구가 나온다면 일단 의심해볼 일이다. '골라골라' 식의 사이트는 학습자의 혼란을 부추기고 공부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직접 들러서 어떻게 구성됐는지, 제대로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지 살펴야 한다.

사이버교육의 충실도는 양질의 풍부한 컨텐츠와 지속적인 업데이트 여부에서 판단할 수 있다. 사이트를 구축할 때 한번 만들어둔 잡다한 컨텐츠가 대부분이고 업데이트가 거의 안 되는 곳은 피해야 한다. 내용에서도 현행 교육과정에 제대로 맞추었는지, 다양한 학생 수준에 맞게 충분한 양을 갖추었는지, 지속적으로 바뀌고 재가공되는지 등이 핵심적인 기준이다.

다음으로 학습자의 수준에 맞춰 강의가 진행되는 맞춤교육 형태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쏟아지는 교육 사이트들은 대부분 맞춤교육을 광고한다. 그러나 이용자의 성적과 능력 등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평가를 통해 검증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아울러 엉뚱한 부작용을 막으려면 교육과 함께 제시하고 있는 부대 서비스가 건전하게 이뤄지는지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사이버교육은 아직 무료이거나 월 1만원 안팎으로 저렴하게 제공된다. 사이버 시대라는데, 그것도 싸게 할 수 있다는데 하면서 달려들다간 회복하지 못할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학부모가 교육사이트에 대한 지식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도 그 이유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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