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역경제 실상을 파악하러 국정감사 사상 처음으로 한국은행 대구지점, 대구상공회의소 등으로부터 실태보고를 받았으나 이들 기관은 보고서를 만들면서 핵심내용을 대거 삭제하고 표현을 순화하는데 치중, 오히려 실상 감추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20일 한은 대구지점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감사 1반의 지역경제 및 금융실태 간담회에서 한은 대구지점 강영 지점장, 대구상의 김규재 부회장 등은 15분씩을 할애 받아 지역 경제 및 금융실태를 보고했다.
한은 대구지점은 '대구.경북지역 금융동향'이란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금융기관 여.수신 추이, 기업자금 대출 현황, 어음부도율, 금융기관 점포 수 등 대부분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발표된 자료에 불과했다.
특히 최초 보고서에서는 '대구금융의 특징'이란 독립된 항목을 두고 지역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들의 잇단 퇴출 및 탈 대구행렬, 자금의 역외유출 심화 등 지역금융의 불모지화를 우려하는 내용을 10쪽 분량으로 담고 있었으나 한은 본점의 사전심사 과정을 거치면서 전량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애초 25쪽에 이르는 보고서가 절반이 조금 넘는 15쪽으로 축소됐다.
대구상의가 내놓은 '대구경제 현황과 과제' 보고서도 곳곳이 바뀌었다.
특히 제목 표현을 상당 부분 고쳐 '지역수출, IMF 이전의 85% 수준'은 '지역수출의 저조'로 순화됐고 '지역 섬유경기 최악'은 '섬유경기의 침체'로, '지역주택.건설업 극심한 침체'는 '주택.건설업의 불황과 건축경기 호전'이란 제목으로 둔갑했다.
또 각종 인프라들이 서울에 밀집, 대구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회간접자본시설 및 각종 인프라의 취약'이란 항목은 통째 삭제되고 대신 '자동차 부품산업의 진흥'으로 대체됐다. 상의는 자동차 부품산업의 호황을 두 곳에서 중복 게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역 경제계는 "국회 등에 찾아가서라도 지역경제의 실태를 정확히 알려야할 책무를 지고 있는 대표적인 두 기관이 사실 감추기와 객관성을 가장한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한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지역사회 분위기에 맞춰 국회가 실상을 직접 파악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사상 처음 국감형식을 빌려 마련한 귀중한 기회를 기관 보신주의로 스스로 놓쳤다는 비판도 사고 있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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