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민 식량난 실태

남한의 대북식량차관 50만t 가운데 첫 인도분인 옥수수 2만여t이 지난 5일 북한에 전달된데 이어 17일에는 쌀 1만t을 실은 배가 북한 남포항에 들어갔다. 같은 민족으로서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을 돕는다는 취지에는 모두 공감하면서도 국민의 사전동의 없이 이뤄지는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을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논란으로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는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해 알아본다. 북한의 식량수급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북한에 대해 계속 식량지원활동을 해오고 있는 세계식량계획(WFP)조차도 북한 전역에 접근을 못해 정확한 실태파악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북한의 식량사정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한 듯하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다면 내년초부터 다시 아사가 속출할 것이라 전망도 있다. 지난 추석 연휴때 남한을 방문한 북한의 김용순 노동당 중앙위 비서가 식량지원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올해 식량부족분에 대해 WFP 자크 디우프 사무총장은 지난 8월 일본 요코하마(橫濱)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지역 총회에서 "현재 북한이 필요로 하는 식량은 470만t이지만 북한이 자체적으로 조달가능한 것은 340만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수년간 연간 340만~380만t의 식량작물을 생산해왔다. 이 양은 연간 수요량 470만~480만t에 비해 100만~130만t가량 모자라는 것이다. 올해 식량사정의 기준이 되는 지난해 생산량도 340만t으로 추정되고 있어 식량사정은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WFP는 지난 9월 작성한 '위기상황 보고서'에서 "북한내 활동을 위한 WFP 식량조달 창구가 불안하지만 올해 11월말까지 긴급구호를 위한 곡물 재고량은 충분하다"고 밝힌 것과 최근에 남한에서 전달하고 있는 곡물 등을 감안하면 올해말까는 그럭저럭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올해 북한의 곡물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올해 북한의 생산량 감소요인으로는 △올여름 극심한 가뭄과 고온 △농업용수 부족 △병충해 급증 △태풍과 홍수 피해 등이 꼽히고 있다.

이달초 북한을 다녀온 경북대 김순권(金順權) 교수는 "옥수수는 벌레와 가뭄때문에 30%정도가, 감자는 가뭄과 병때문에 50%정도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또 쌀의 경우 "알맹이가 무게가 나가지 않는다"며 북한 주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북한인도지원 조정관 데이비드 모톤씨는 지난달 15일 "올해 북한의 수확은 작년보다 못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으며, 북한 스스로도 올해 가뭄과 혹서로 39만9천여ha의 농경지가 해를 입었으며 이로 인한 곡물생산 감소량이 95만t이상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 농업실태에 밝은 한 전문가는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식량난을 과장하는 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현재 남한과 일본 등에서 약속한 식량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초부터 햇감자가 나오는 시기인 6월초까지 북한의 식량난은 아주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북한의 식량배급상황과 관련해서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국경지대 주민에게는 식량보급을 하지 않는 대신 식량조달의 자유를 주는 등 전 주민에 대한 식량보급은 이미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6월10일자)고 전했으며, 피터 스머든 WFP 대변인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북한이 하루에 1인당 200g씩 배급하던 식량을 150g으로 다시 줄이려 한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송회선기자 the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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