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내년까지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종결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19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국내에 복본(複本)이 없는 어람용 유일본 의궤 64권을 대여 형식으로 우선 돌려받고, 국내에 복본이 있는 비유일본 의궤 64권을 프랑스에 맞대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모양이다.
7년 가까이 지지부진 표류해온 이 협상이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회담에서 돌파구를 찾았고 이제 새 국면을 맞아 급류를 타게 된 셈이지만 문제가 적지 않다. 유일본은 교환 대상이 아니라고 버티던 프랑스가 한발 물러선 대신 우리는 프랑스가 고집한 등가(等價) 교환 방식을 수용함으로써 외규장각 도서는 돌아오게 됐다고 하더라도 맞교환 방식은 안될 말이다.
외규장각 도서는 분명 프랑스가 강탈해간 불법반출 문화재이므로 반환 요구는 당연한 우리의 권리이다. 그런데도 '교환 반환'하려는 움직임은 그들의 약탈행위를 용인하고 정당화하는 의미 이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완전 반환'만이 우리 문화재의 존엄과 자존을 지키고 법적인 정의를 회복하는 길이다.
프랑스는 1866년 선교사 처형에 항의하면서 강화도 일대를 무력으로 점령했다. 그 때 이 섬에 있던 외규장각 도서 일부와 은괴를 강탈하고, 수천 점의 문화재들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지금 파리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외규장각 도서들은 조선왕조의 중요 왕실 행사를 정리한 문서들로 국가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 함대가 저지른 이같은 파괴와 약탈은 어떤 논리로도 용납돼서는 안된다. 불타버린 문화재들은 원상을 살려낼 방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불법적으로 강탈해간 도서들만이라도 당연히 되돌려 받을 수 있어야만 한다.
약탈 문화재의 '반환'이 아닌 '교환'으로 해결하려는 이번 협상은 외국과의 유사한 문화재 반환 협상에도 나쁜 선례가 될 것임도 불을 보듯 뻔하다. 일본에 있는 수많은 문화재들을 반환받아야 할 입장에 있는 우리로서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문화재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고, 원래의 자리에서 잘 보존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인류의 양심이다. 지금까지 약탈하고 강탈한 문화재로 자신의 문화를 살찌웠다면 이젠 주인에게 돌려 주고 그간 향유한 값을 치르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프랑스는 침략과 약탈로 시작됐던 양국관계를 청산하고 바람직한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약탈문화재는 반환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정부는 11월 6일로 예정돼 있는 제4차 협상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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