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선진 의식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국력과 경제력도 신장되어야 하지만, 그 위에 선진 국민으로서의 의식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높은 경제력으로 국가 경쟁력을 과시한다 하더라도, 국민 의식이 그에 못 미치면 사회혼란만이 가중될 뿐이다.

문민정부 시절이었던 1996년, 공보처에서는 3개월에 걸쳐 국민 1,522명을 대상으로 국민 의식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한국인의 장점으로는 근면·성실하고, 끈기와 인내력이 있으며, 인심이 좋고 인정이 풍부하며, 예절과 미풍양속을 잘 보존하고 계승한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점으로는 이기주의가 팽만하고, 사치와 낭비로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며, 매사에 성급하고, 질서 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선진 국민으로서 갖춰야 할 의식의 덕목은 말할 것도 없이 질서와 협동 의식, 근면과 절약 의식, 교양과 가치 의식이다. 21세기의 사회는 정보 지식사회요, 고도의 산업사회이다. 정보사회는 수평적인 통신망의 사회이다. 따라서 공동체에 대한 연대의식과 협동은 불가결한 요소가 된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우수한 개인보다 우수한 집단이다.

훌륭한 국민이란 IQ가 높은 사람이기보다는 EQ(정서 지수)와 SQ(사회성 지수), 그리고 MQ(도덕성 지수)가 높은 사람을 가리킨다. 자아를 사회아로, 소아를 대아로 승화시키고, 이질적인 개체 속에서도 전체의 조화를 추구하는 친화력을 소유한 사람이다. 물질적인 자기권을 좁힘으로써 세계권을 확장하려고 애쓰며, 끊임없는 자기 연마를 위해 고뇌하는 사람이다. 긍정적인 가치관을 견지하여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고, 따뜻한 손의 윤리를 가져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람이다.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고매한 도덕을 실현하는 깨끗한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이야말로 21세기의 선진 한국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슈퍼 휴먼'이 될 것이다.

홍사만(경북대 국어국문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