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지역 경제계의 한 인사가 "(주)우방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발언, 우방에 이를 확인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유력 경제인사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내 타기업에 부담을 줬다는 점에서 곱지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지난 8월말 대구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우방은 2년 이상 부도 소문에 시달려왔다. 증권가나 지역에 부도 소문이 돌때마다 우방 직원들은 가슴을 쓸며 소문 진화에 나서야 했다. 80년대 광명건설의 부도가 소문 탓이란 뒷얘기처럼 우방의 침몰에도 유언비어가 한몫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커리어우먼으로 승승장구하던 김모(30·여)씨는 최근 갑작스레 회사를 그만둬야했다.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귀는 남자가 10명'이란 요지의 음해성 글이 올랐기 때문. 동료들은 "사실이 아닌 만큼 신경쓰지 마라"고 위로했으나 김씨는 모든 동료가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는 것 같아 괴로워하다 결국 사표를 냈다.
유언비어나 흑색선전의 유포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개인, 기업 할 것 없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확산과 더불어 불특정 다수가 클릭하는 홈페이지에 난무하는 매터도(흑색선전)는 피해자가 항변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급속도로 번져 사실(?)로 굳어져버린다는 점에서 가히 파괴적이다. 관공서나 일부 서비스 업종 등 직원의 품위와 이미지가 중요한 경우 매터도가 등장한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당사자에게 인사조치 등 불이익을 가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선거 마당은 흑색선전과 유언비어가 가장 추악한 양상을 띠는 곳. 지난 4·13 총선도 예외가 아니어서 갖가지 근거없는 흑색선전과 유언비어가 출마자들을 공포로 몰아넣는가 하면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을 부추기기도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얼굴없는 언어폭력, 유언비어가 우리사회에 깊이모를 불신의 늪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영남대 정외과 김태일 교수는 "이른바 '카더라 통신'은 음모정치문화, 기업경영의 불투명성 등 사회의 음습한 구석의 상존과 정상적 커뮤니케이션의 결여로 생겨난다"면서 "매터도는 개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물론 사회통합의 해악적 요소가 크므로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사이버 공간 속 매터도의 빠른 전파성, 일방향성 등의 특성을 감안, 사이버 문화교양에 대한 준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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