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노동계가 요구해온 주 5일 근무제(법정근로시간 주당 40시간)에 노사정위원회가 합의, 올해안에 이를 법제화할 예정이어서 오랜 노동관행의 대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온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이 근무패턴과 휴일문화, 여가활용 등 생활 전반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크게 환영하고 있다.
봉급생활자들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선진국형 노동제도의 시초'라고 반기면서 "근로시간 단축이 임금삭감이나 휴일축소 등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며 바람직한 근로제도 도입을 기대했다.
이와 달리 재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현실에서 기업의 노동비용 상승과 생산성 감소를 불러올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보험회사 직원인 여우현(33)씨는 "많은 근로자들이 일주일 내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해고나 구조조정의 불안속에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주5일 근무제로 재충전의 기회를 찾고 가정에도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달서구 성서공단 근로자인 장기화(41)씨도 "연장근로에다 2교대 근무로 일요일이면 파김치가 된다"면서 "임금이나 휴일을 줄이지 않고 토요일 하루를 더 쉴 수 있다면 취미생활 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계획할 수 있을 것"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한국노총도 "임금삭감없는 노동시간단축에 노사정이 최초로 합의했고 연내 입법화가 가시화됐으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실노동시간 단축의 합의라는 점이 의의"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환영분위기와 달리 일부 노동계와 재계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민주노총은 이번 합의와 관련, "업종과 규모를 감안한 단계별 실시를 기정사실화한데다 월차.생리휴가 폐지나 할증률 축소 등 재계 요구를 수용할 경우 주 5일근무제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정부는 노동조건의 후퇴없는 주 5일근무제 도입법안을 즉각 국회에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재계는 "휴일,휴가제도 개선 등을 전제하지 않고 근로시간만 단축할 경우 기업의 노동비용 상승과 경영압박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졌으나 세부 구체안에 현실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해수 대구경북염색조합 이사장은 "지역경제가 침체일로에 있고 기업경영마저 최악인 형편에 법정근로시간 주44시간 지키기도 어렵다"면서 "근로시간 단축은 현실에 너무 맞지 않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이번 합의에도 주5일근무제의 구체적 시행시기, 월차.생리휴가폐지 등 휴일.휴가제 개선, 시간외 근로수당 할증률 개선,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등 세부사항에 대해 노사간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여서 주5일근무제 정착에는 상당한 난항이 따를 것이란 지적이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주5일 근무제 노사정 합의,개정안 연내 국회제출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근로자들의 법정근로시간이 주 40시간으로 줄어 주 5일근무제가 도입된다. 노사정위원회(위원장 장영철)는 23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현행 주 44시간으로 돼있는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노사정 합의문을 채택했다.
노사정위가 채택한 합의문은 이와함께 추후 논의를 거쳐 정부가 주 4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연내에 국회에 제출토록 했다. 합의문은 이어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의 생활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며 업종과 규모를 고려해 추진키로 했다.
이와 관련, 지난 87년 주40시간 근로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지난 94년부터 대기업, 97년부터 모든 기업에까지 적용토록 하고 그리스, 포르투갈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수준이던 97년에 도입된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 빠르면 2001년 하반기부터 공공부문 및 일부 대기업에서 시행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합의문은 빠른 시일내에 현재 2천 497시간에 달하는 실질 근로시간을 2천시간 이하로 줄이도록 했으며 휴일.휴가제도를 국제수준으로 개선.조정토록 했다. 또한 노사정위는 정부가 학교수업 주5일제,교육훈련 및 여가시설의 확충 등 사회적 정비방안을 마련토록 촉구했다.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줄여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자는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 재계가 원칙적으로 합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지난 89년 법정근로시간이 주44시간으로 단축된 이래 11년만에 선진국 수준인 주 40시간으로 단축되게 됐다.
그러나 주40시간 근무제도의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휴일.휴가제도 개선 등 핵심 쟁점사항은 추후 논의키로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 주40시간 근로제도의 구체적인 시행시기는 추후 논의를 거쳐결정될 것"이라며 " 일단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규모.업종별 시행 시기를 명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사정위는 이날 합의문에 따른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이달말까지 장영철노사정위원장, 김호진노동부장관, 김창성 경총회장 및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이 참여하는 고위급 정책간담회를 개최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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