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안방에 또 다른 고전 열풍이 불고 있다. '노자'로 한바탕 바람을 몰고온 김용옥씨가 논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우리 코 앞에 바짝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KBS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도올 김용옥씨의 '논어이야기'는 파격과 독설로 화제를 몰고 있는 한편 고전에 대한 선입견을 하나씩 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 이상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TV 강의에 앞서 도올서원에서 논어강좌를 엮어낸 '도올 논어1'(통나무 펴냄)이 책으로 나왔다. '공자를 바로 보고 논어를 제대로 읽어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은 그의 지명도에 부응이나 하듯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등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공자의 생애를 적나라하게 풀어놓은 도입부분. 석가나 예수 등 역사상 뛰어난 인물들의 생애는 비교적 소상하게 알려져 있는 반면 공자의 삶에 대한 일반인들의 지식은 거의 무지에 가깝다. 이런 점에서 김용옥씨는 책 첫머리부터 공자의 삶을 추적한다. "공자의 이름은 언덕(丘)이다··. 그의 머리 생김새가 꼭대기 정수리부분이 움푹 파이고 주변으로 두상이 퍼져 있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름을 구(丘)라고 했다는 사마천의 기술을 빌어 공자의 이름은 '언덕대가리', 다른 말로 하면 '짱구'다"라고 파격적으로 적고 있다. 뿐만 아니다. 그의 아들 이름은 공잉어(孔鯉). 짱구와 잉어라는 이름이야말로 이들 부자의 출신이 비천함을 알 수 있는 명백한 사례라고 저자는 확언한다. "후대의 공자인식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지 않느냐"는게 그의 시각이다. 이런 식의 필치가 300쪽에 이르는 책 전체 분량의 절반이나 차지한다.
하지만 정작 도올이 이 책에서 의도한 바 즉 주제는 '논어(論語)를 어떻게 읽고 해석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책 후반부는 이 부분에 대한 강설이 차지한다. '논어'라는 텍스트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그 이해구조를 밝히는 자신의 해석학적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결론을 내자면 "공자와 논어는 그동안 너무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그 왜곡의 범례로 '학이(學而) 제1편에 나오는 16구절을 예로 들어 하나씩 공박한다.
논어 첫머리에 나오는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의 학(學)을 학문이 아닌 '육예(六藝)'로 풀이한 그는 평생을 통해 때를 맞추어 끊임없이 정진하여 삶의 기쁨을 만끽했다는 뜻이라고 강조하는 식이다. 다른 구절 해석도 마찬가지. 이렇듯 도올은 주자와 다산의 집주본과 서양, 일본학자들의 연구성과를 인용하고, 때로 비판하며 논어 속을 헤집고 다닌다. 이런 별난 풀이를 통해 독자들은 2500여년전 잡스러우면서도(?) 진보적이며 범상치 않은 '언덕대가리'라는 인물이 남겨 놓은 글귀를 현대인들이 어떻게 그것을 읽고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도올식' 시각에서 들여다 보고 있는 셈이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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